매주 일요일 밤 10시 50분 시청자를 찾아가는 TBC '텔레북 오늘은 책요일'은 활자의 바다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나침반같은 프로그램이다.
2002년 10월 처음 전파를 탄 이후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책과 문학을 소재로 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부터 지금까지 연출을 맡아 온 김실화(37) PD가 있다.
'너무 가볍지 않고 품위를 지키면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책 관련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김 PD는 독서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주전 김 PD가 경험한 인상적인 일도 그 중의 하나일듯하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책을 읽었다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2주나 기다린 끝에 퀴즈 코너에 출연한 것. 출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학생이 대답했다. "엄마한테 맞을 때보다 더 떨려요." 김 PD는 "책이라고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아이들이 손에 책을 잡게 만드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짜릿한 묘미"라고 했다.
김 PD는 지금까지 활자와 가까이 해왔다. 학창 시절 글 잘 쓴다는 소리를 줄기차게 들었던 그녀는 나서는 백일장마다 상을 휩쓸었다. 글쓰는 일 말고 다른 길은 없는 듯했다.
고교 졸업 후 영남대 국문학과(86학번)에 입학해 학보사 기자를 했다. 졸업 후 첫 직장도 출판사였고 다음 직장도 중학교 국어 교사. 1992년부터 5년간 방송 작가로 일했다. 그리고 1997년 방송사 PD가 됐다.
그녀를 끌어당긴 활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자신만의 어휘나 어구로 가슴을 저미는 아름다운 이야기나 시를 만드는 게 정말 놀랍지요. 작품이 나오기까지 힘들고 고통스러운 산고를 겪지만 달콤한 결과물들은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김 PD는 매주 2, 3권의 책을 읽는다. 물론 프로그램을 위해서다. 그게 벌써 400여권 가까이 된다.
추천도서는 우선 해당 주의 방송 주제를 정한 뒤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리스트를 만든다. 이번 일요일에는 '그리운 것들에 대한 기록'을 주제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책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녀는 앞으로 지역 출판사나 지역 문학가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확대하려고 한다. " 중앙에서 활동하는 인기 작가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더 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겠죠. 하지만 거기서 그친다면 지역의 독서 문화는 정체되고 지역 문학은 외면받게 됩니다."
책은 여유와 통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마지막 보루다. 김 PD는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책이냐는 분들도 계세요. 독서가 일상화되고 체질화 되도록 마음의 여유와 경제적 여유 모두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올해 소망은 두 가지다. 대구·경북 600만 시민들이 모두 책벌레가 되는 것. 그리고 더 늦기 전에 결혼하는 것.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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