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7시 대구전시컨벤션센터 국제회의실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바로 홀트대구후원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300명의 참석자들은 때론 유쾌한 웃음으로, 때론 잔잔한 감동으로 홀트대구후원회의 창립 30주년을 축하했다.
"우린 이제야 깨달았네. 사랑이 행동이라는 것을. Love is sharing…."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창립 30주년 기념 노래인 '사랑을 행동으로'를 합창하는 27명 회원들의 모습은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창립 회원인 이영상(64) 경북과학대학 명예학장이 노랫말을 직접 지어 참다운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후원회의 지난 30년을 돌아보게 했다.
구미에서 김석태 목사 부부와 자녀 11명이 참석해 축하노래를 불러주며 아이를 버리지 말고 생명의 존엄성을 소중히 여기자는 의미를 함께 나누기도 했다.
지난 1974년 7월 순수여성민간후원단체로 창립된 홀트대구후원회. 창립 당시는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어려워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이었던 터라 기부나 자원봉사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때였다.
하지만 30·40대의 평범한 주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건 바로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작은 생명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한결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최태순 초대회장과 주남숙, 이주애, 이영상씨를 포함한 창립 회원 12명 중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들은 모두 고인이 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도 뜻을 같이 하는 주부들의 가입이 잇따라 권상미, 한경수, 이수석, 추민정, 정태순, 전옥희, 정임순, 이옥희, 오경희, 이명자, 여남희, 이신자, 김기덕, 김필순, 하향숙, 성영주, 정혜옥, 홍태희, 성명순, 손희경, 노정자, 신선우, 신동학씨 등 모두 27명의 회원이 어머니처럼 따뜻한 사랑의 나눔을 조용히 실천하고 있다.
혹자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구색을 갖추기 위해 후원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지난 봉사활동을 들여다보면 섣부른 선입견에 지나지 않음을 이내 깨닫게 된다.
이들의 봉사활동은 바로 몸으로 실천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외로 입양됐지만 친부모를 찾기 위해, 또는 모국을 알기 위해 방한하는 입양아들에게 홈스테이를 제공하며 입양아들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이 지난 30년간 벌여온 모금활동은 큰 행사만 따져도 17건. 이외에도 매년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자선 바자회, 음악회, 만찬회, 일일찻집….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은 직접 몸으로 뛰었다.
이불과 방석, 수예품을 밤을 새워가며 한아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마산, 부산으로 다니면서 품질 좋은 건어물을 사고 산나물을 구해 일일이 비닐봉지로 포장해 내다 팔기도 했다.
200명 이상 참석하는 자선음악회나 만찬회를 열 때도 조금이라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행사장까지 실어 나르기도 했다.
이렇게 몸으로 봉사하며 모은 기금 1억원은 지난 1985년 11월 홀트대구복지회관(현 홀트대구종합사회복지관) 건립이라는 의미있는 결실을 맺게 했다.
이 때부터 후원회 활동도 입양아, 위탁모 관련 봉사에서 결식 아동, 홀몸 노인 등 소외된 이웃에게까지 확대됐다.
이들은 이후에도 모금활동을 계속해 지난해 11월엔 10년간 가건물로 있었던 무료급식소 '나눔의 집'이 준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다.
이곳에서 회원들은 돌아가며 매달 한번씩 거동이 불편한 홀몸 노인들에게 배달될 점심 도시락을 준비한다.
해마다 12월에는 홀몸 노인들을 위한 생신잔치도 열어 음식을 대접하고 노래도 부르며 흥겨운 자리를 마련한다.
지난 14일엔 창립 30주년 특별지원사업으로 결식 아동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데 쓰도록 1천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최태순(76) 초대회장은 "어두운 사회의 한 모퉁이에서 작은 등불이라도 되어 사랑에 굶주리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작은 생명들, 소외된 이웃들을 도우고자 애정을 쏟았다"며 "그동안 가까이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원을 보내준 숨은 봉사자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정맹진 홀트대구종합사회복지관장(53)은 "1955년 미국인 해리 홀트씨가 처음으로 12명의 한국 아동을 미국으로 입양시킨 것을 계기로 설립된 홀트아동복지회를 말없이 돕고 있는 대구후원회는 서울에 이어 2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회원들의 변함없는 성원이 밝고 따뜻한 세상 만들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