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희선'은 수많은 '親日분란'의 시작

친일 청산의 선봉장격인 열린우리당의 여성 국회의원 김희선씨와 한 월간지 사이에 '친일'싸움이 붙었다. 지난 총선 때, 스스로 독립운동가 집안의 손녀딸이라고 선거홍보에까지 써먹었던 김 의원으로서는 이 엉뚱한 폭로가 얼마나 기막힌 일이겠는가. 아마도 김 의원이 작년 12월 유석 조병옥 박사에 대해 "친일 인사"였다고 공격했을 때의 조순형 당시 민주당 대표의 심정하고 같았을 것이다.

국민들은 짜증스럽다. 김희선이라는 국회의원이 의성 김씨건 안동 김씨건, 그 아버지가 친일했건 반일(反日)했건 무슨 관심인가?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여당의 친일규명안(案) 대로라면 수천명이, 한나라당 식으로라면 수만명이 바로 김 의원이 길길이 뛰는 '억울함' 또는 그 연좌제에 얽혀들어 수천.수만 가정이 남남처럼, 원수처럼 될 수 있음을 똑똑히 보여준 사례가 바로 '김희선 의원 건(件)'이기 때문이다.

친일(親日)의 역사는 걸러져야 한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분란이, 더구나 청산의 주체세력에서 이런 불상사가 자꾸 터져나와서야 시작하지 아니함만 못하지 않은가 두려운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조상이 독립운동했다고 자랑할 것도 못되고 일본 앞잡이였다고 부끄러워 할 것도 없다. 반성은 없고 앙앙불락, 원망만 천지에 가득할 것 같아서다.

어쨌거나 "제2의 신기남 사건이 터지면 그때는 끝장"이라던 열린우리당 쪽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김 의원 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친일 규명 작업은 시동걸기 어렵게 된 것이다. 논란의 도마에 오른 사람에게 친일 규명의 핸들을 쥐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조사범위와 방법, 후손들의 인권 침해 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대두된 지금, 이 '사례'가 수천~수만 가정의 사례로 번지지 않을 지혜로 발휘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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