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탄리 대폭발' 없었던 일로 하자고

북한 양강도의 대폭발이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결말 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 12일 양강도 월탄리에서 직경 4km의 연기가 관측되고, 반경 3km의 피해 지역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8일 밤 대폭발의 결과를 종합한 정보분석이었다.

그런 정부가 어제 "대폭발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리를 내렸다. 국민들의 비난을 의식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핵심은 쏙 빠지고 통일부 차관이 악역을 맡았다. 그는 "버섯구름이 자연현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터무니없는 오판으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세계사회에 우리의 엉터리 정보 능력을 선전해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나 나라의 체모 손상에 그칠 일이 아니다. 안보상의 커다란 결함일 뿐더러 통일.교류 정책의 제약 요인 이 될 수 있다. '자주 국방'을 외쳐온 정부의 무모함과 실없음에 국민들이 낯을 들 수 없게 된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비협조가 상당한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발전소 건설용이라는 북한의 설명이 미국이 본 것과 일치한다"고 밝혔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파월 장관이 뭘 봤는지 모르겠다"는 한가한 답변을 함으로써 정보공조가 겉돌고 있음을 시사했다.

대폭발 해프닝을 유야무야 넘겨서는 안 된다. 사태의 진행을 면밀히 분석하여 정보수집과 판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부실한 대북 정보능력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미국과의 정보공조가 지금처럼 겉돌아서도 곤란하다.

군사정보의 90%를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불가피하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국정자세를 방치하면 제2, 제3의 해프닝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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