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 겨울 걱정은 잊었네요. 얼마나 고마운지." 10여평도 안되는 슬레이트 집에서 40여년째 혼자 살고 있는 장명목(63) 할머니. 장 할머니는 17일 밤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지난해 태풍 매미로 엉망이 된 집에 새 장판을 깔고 벽지를 발랐기 때문.
지붕 기왓장이 깨져 비가 줄줄 새 곰팡이가 피고 벽 틈에서 기어나온 벌레가 귓속으로 들어가 애를 먹기도 했던 할머니는 이제 모든 걱정을 덜었다고."집이 오래되다 보니 벽이 갈라져 겨울엔 무척 추웠고 지난 태풍 때는 지붕까지 내려앉아 비가 많았던 올 여름에 무척 고생이 심했다"며 "벽지를 발랐으니 이제 바람도 안 들어오고 벌레도 없을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20년전 중풍을 앓던 남편이 세상을 뜬 뒤 6년전 교통사고를 당해 공장일도 그만두고 지금은 출가한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장씨에게 집수리는 엄두도 못내던 일. 장 할머니에게 새(?)집을 선사한 이들은 대구 북구 새마을운동연합회 '사랑의 집 고쳐주기' 봉사단. 20여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은 14일부터 꼬박 3일 동안 교대로 장씨 집수리에 매달렸다.
봉사단원 변성진(45·대구 북구 복현동)씨는 "단원들 대부분이 직장을 가진 탓에 짬짬이 수리작업에 나섰다"며 "어렵게 사는 홀몸노인들의 집을 고쳐준 뒤 마치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흐믓해 했다.
홀몸노인뿐 아니라 장애인과 소년가장 등 소외 계층을 상대로 집수리 봉사에 나서고 있는 북구 새마을 봉사단이 지금까지 수리를 끝낸 집은 6가구. 올 겨울이 닥치기 전까지 10가구를 더 수리할 계획이다.
신용수(49) 새마을협의회 봉사단장은 "도배와 장판 교체뿐 아니라 보일러, 내부 전선 수리까지 해주지만 예산이 부족해 때때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그러나 주위 온정이 이어져 '사랑의 집 고쳐주기' 활동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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