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어교육 가이드 이렇게-(3)속도가 아니라 밀도다

실력 정체땐 학습방식 점검해보라

자녀에게 영어 학습을 시키는 학부모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는 얼마나 빨리 높은 단계로 올라가느냐에 집착하는 것이다.

다른 집 아이들보다 조금이라도 level이 높아지면 박수를 치며 기뻐하지만, 비슷한 수준에 있던 이웃 아이들이 조금만 빠른 진도를 보이면 답답해한다.

그러다 보니 자녀의 영어 학습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끼리 만나면 누구 집 애는 Let's Go 몇 권을 공부하더라, 누구 집 애는 벌써 Backpack 몇 권을 끝냈다고 하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중요한 대화 주제가 된다.

그러나 막연히 빠른 진도에 매달리는 건 위험한 일이다.

자녀가 상당히 오랫동안 영어를 학습해 일정 수준까지는 빠르게 도달했는데, 언제부턴가 영어 실력이 늘지 않고 정체 현상을 빚는다면 그때까지의 학습 방식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로서는 먼저 예전에는 level이나 진도가 영어 학습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고 해도 최근에는 학습의 밀도나 학습자의 흡수력이 학습의 기준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즉 어떤 책을 몇 개월 만에 마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본질적인 영어 능력을 얼마나 갖추어가고 있느냐에 영어 지도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현재 다니는 학원이 아닌 다른 학원을 찾아 자녀의 영어 수준을 진단해보는 것도 좋다.

학원 관계자들은 짧은 테스트를 통해서도 이 학생이 어떤 방법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공부했는지, 학습한 내용은 어느 정도 몸으로 익히고 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빠른 진도에 초점을 맞춰 영어를 학습한 학생들의 경우 학습한 교재가 상당히 높은 단계이고 학습 내용도 과거형, 현재완료형 등 일정 수준까지 다뤘는데 막상 테스트를 해 보면 학습한 부분의 절반도 구성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습한 내용을 단편적으로는 기억하고 있지만, 문장으로 만들어내고 대화하고 활용하는 부분까지 확장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영어 학습에서 빠지기 쉬운 증상을 병으로 치자면 골다공증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짧은 기간에 진도 위주로 학습해온 학생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밀도를 채워줘야 올바른 영어 실력을 쌓아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학부모 입장에선 영어 학습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학습 내용을 얼마나 흡수하고 밀도를 채우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현명하다.

학습 가이드 역시 step by step 형태로 차근차근 흡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들과 골다공증을 앓는 학생들을 비교해 보면 영어 실력 성장의 곡선이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진도에 매달려온 학생은 일정 기간까지는 빠르게 학습하지만 어느 순간 정체돼 더 이상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

반면 차분히 학습 밀도를 높여온 학생은 초기에는 다소 느린 것 같지만 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인다.

이는 우리말을 배울 때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엄마, 아빠 한 단어도 힘들게 말하지만 이를 계속 되풀이하다 한 번 말문이 터지면 금세 유창해지는 것은 우리말이든 외국어든 마찬가지다.

따라서 학부모는 조급하게 욕심을 부리다 정체에 빠지지 말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밀도와 흡수력의 관점에서 자녀의 영어 학습을 이끌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 : 이승익(EFL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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