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가장 은밀한 대화인 성(性). 행복한 부부이든, 불행해 하는 부부이든 그 저변에는 언제나 성 문제가 깔려 있다.
요즘 부부들의 성생활은 어떠할까.
지난 17일 전종국(44·카운피아닷컴 대표·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최선남(37·영남이공대 아동복지과 교수)씨 부부를 만났다.
심리상담 전문 사이트인 카운피아닷컴을 남편은 대표로, 아내는 전문위원으로서 함께 꾸려가며 전국의 부부를 상대로 교육을 하고 지난 5월부턴 중국 현지 교육에 나서는 등 상담 전문가로서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부부이다.
상담과 교육을 통해 많은 부부들의 사연을 접하고 있는 이들로부터 요즘 부부들의 성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역 주부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부부 성생활에 어느 정도 적극적이라는 응답이 소극적이라는 응답보다 더 많이 나와 보수적인 대구·경북지역 부부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최=부부 사이에 성적인 표현을 하는 게 건강한 것 아니겠어요. 부부의 성부터 유연하고 편안해져야 할 것 같아요. 지난번 부부 감수성 교육에 참가한 한 부부는 처음에 표정이 어두웠는데 마지막날 남편이 아내에게 쓴 편지가 "이제는 당신과 잠자리를 갖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두 아이를 낳고 7년 동안 부부가 같이 잠을 안 잤는데 남편은 아내가 얼마나 힘들까 하며 배려한 거였고 아내도 남편이 편한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남편이 속마음을 표현한 뒤 서로 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했어요.
▲전=부부의 성관계는 가장 자연스러운 거고 중요한 부분인데 상담사례를 보면 부부가 서로 표현을 못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성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할 것 같아요. 부부의 성도 테크닉이나 분위기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표현방법을 모르는 거지요.
▲최=부부 감수성 교육이 추구하는 목적은 아내의 삶의 아픔이 무엇인지, 남편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입니다.
1박2일 프로그램으로 첫날 남편과 아내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마음을 확인하고 마사지, 신체활동 등으로 몸 사랑하기를 하고 저녁에 케이크와 포도주를 두고 이야기할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둘째 날에는 마음 나누기를 하는데 부부가 서로 하지 못 했던 소중한 얘기를 하라고 하면 서로 부둥켜 안고 우는 부부들이 많아요. 특히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의 마음을 못 전한 게 억울하다며 많이 울지요.
▲전=부부가 서로를 잘 모릅니다.
어디가 힘들고 아픈지 묻지 않고 대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공간 속으로 멀어져 가는 것이 현대 부부인 것 같습니다.
-여러 부부가 함께 교육을 받으면 어색해 하지 않나요?
▲전=부부란 참 묘한 게 다른 부부가 하는 얘기가 사실은 자신의 얘기와 똑같거든요. 그래서 정서가 하나로 빨리 통합돼 자연스럽게 교육이 진행됩니다.
-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부부도 있는 편입니까?
▲최=지역적으로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많은 부부가 있지만 애정 표현을 공개적으로 잘 안 하는 편인데 서울에서 온 한 부부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남편을 껴안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전=보통 20쌍이 함께 교육을 받는데 부부가 함께 잘 하는 것을 찾아 보라 하면 꼭 1, 2쌍은 뽀뽀나 밤일을 잘 한다고 얘기합니다.
마음이 열려 있는 분들이죠. 그 자리에서 사랑스럽게 뽀뽀를 해보라고 시키면 진하게 뽀뽀를 하고 다른 부부들은 박수를 쳐줍니다.
결혼하고 남편한테 뽀뽀를 못 받아본 아내는 손 들어 보라고 하면 어떨 것 같습니까. 질문이 끝나자마자 "당신이다", "우리는 뽀뽀 한 번도 잘 못 해봤어요" 라는 얘기가 바로 나와 개방적인 분위기입니다.
함께 잠 자는 걸 잘 한다는 부부가 있으면 밤일이 안돼 걱정인 남편은 술 사들고 가서 배우라고 합니다.
▲최=닫혀 있었던 은밀한 부분이 노출되면 꺼릴 게 없어지는 게 바로 성인 것 같아요.
▲전=하지만 어떤 팀은 이렇게 개방적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최=처음에 남편, 아내끼리 나눠 성감대를 표현해 보라고 하면 너무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는 듯하다가도 과감하게 표현하거든요. 특히 젊은 분들은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할 정도로 아주 적극적입니다.
▲전=결혼 30년된 한 부부는 남편이 원칙적이고 완고한 분이었는데 아내가 딱 한 번만 교육에 같이 가자고 요구해 참석했는데 마지막에 아내가 깊은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부부관계 후 남편이 등을 두드려 주거나 안아주길 원하지만 남편은 담배를 피우면서 빨리 가서 씻으라고 얘기해 좌절감을 느낀다는 거였습니다.
아내의 얘기를 들은 후 남편은 당장 달라졌다고 하는군요. 이분들은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부부였는데 요즘은 자녀를 많이 낳지 않고 출산을 빨리 끝내기 때문에 자녀를 출가시킨 후 둘만 남은 부부의 성생활에 관심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최=외국에서는 부부 사이의 성 치료 방법이 많이 도입돼 있는데 중요한 건 부부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성적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성은 가장 진하면서도 은밀한 부분이잖아요. 이게 해결되면 다른 부분도 유연하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전=요즘은 남성들도 마음이 열려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아내가 요구한다고 추하다는 생각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아내의 요구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린다면 그건 성관계에 자신 없어 하는 자신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이유가 큽니다.
남편도 아내의 성 욕구를 충분히 들어주려는 마음이 있으므로 아내도 남편의 자존심을 안 건드리는 선에서 표현해야 합니다.
▲최=대부분의 부부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문제를 그대로 묻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문제는 터지게 됩니다.
그게 자녀 문제가 됐든, 부부 문제가 됐든 원인을 짚어보게 되면 부부의 성문제로 귀착되곤 합니다.
▲전=그동안 전후세대들은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 살기 바빴는데 그러는 동안 부부 관계는 깨지고 부모 자녀 관계도 와해되는 상태에 와 있습니다.
이미 4년 전부터 한 기업체에서는 회사에 빼앗긴 남편을 아내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사원 복지 차원에서 부부 감수성 교육을 의뢰해 오고 있는데 무너져 가는 가정, 부부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최=보건복지부와 여성부에서도 결국 부부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결혼 초기·예비 부부를 대상으로 '여성부 평등가족실천교육, 함께 하는 파트너십' 교육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국가적으로 부부문제를 인식하게 됐다는 사실이 환영할 만합니다.
▲최=저희 부부도 부부 교육을 하면서 오히려 도움을 받을 때가 많아요.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이 되는 걸 느끼는 것처럼, 고통으로 아파하는 부부들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행복한 노부부를 보면서 나중에 우리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부부는 결혼한 지 1년이 됐든 30년이 됐든 교육에 참석한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고 배울 점도 많다며, 오는 10월 30, 31일 팔공산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여성부 주최로 무료로 열리는 '함께 하는 파트너십' 교육(053-425-7701)에 꼭 참석해 볼 것을 권했다.
사회·정리=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사진: 부부의 성은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종국·최선남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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