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우시설 위문품마저 끊길까 걱정

공직자들이 추석을 맞아 유관 업체로부터 뇌물 성격의 금품을 받는 관행을 적발해 없애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도를 지나쳐 공무 수행에 지장을 주고, 민원인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면 재고해보는 것이 마땅하다.

대구시와 경북도, 일선 시.군.구청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감사원 행정자치부 등의 암행감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청사 입구에 직원을 배치해 반입물품을 일일이 통제하고, 감사 인력을 동원해 근무중 자리 이탈을 감시하고 있다.

경찰도 각 서나 지구대 주변 식당이나 찻집 자체 감찰을 시작했으며, 국세청은 현관에 방명록을 비치하고 누가 다녀갔는지를 점검하고 나서 민원인들이 살벌함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더욱이 공무원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추석 부패 방지 특별감시단 발대식'까지 열고, 동료 상관들에 대한 밀착감시에 나섰다.

우리는 명절 때 선물을 위장한 일부 공직자의 뇌물수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당위성엔 공감하지만, 꼭 이렇게 해야하는지 당혹감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이 얼마나 부패했기에 이럴까도 싶고, 이렇게 한다고 전시효과 이상의 실질적 효과가 있을 지도 의문이 든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관가의 경직된 분위기가 각 기관이나 업체들이 양로원 등 불우시설에 제공해 오던 위문품마저 끊기게 해 외로운 이웃들이 더욱 쓸쓸한 추석을 보내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잖아도 극심한 불황으로 시.도의 '이웃 사랑 창구' 모금액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다.

일부 공직자의 '명절 떡값' 부조리는 근절돼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요란을 떨어 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꺾고, 서로 돕고 나누는 추석 명절의 미풍양속을 퇴색시키는 데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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