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드라마, 가족을 재구성하다

2004년 가을, 신데렐라가 떠난 안방극장에 '가족'이 찾아들었다.

MBC '황태자의 첫사랑', SBS '파리의 연인', KBS2 '풀하우스' 등 올 상반기 달콤한 감성으로 브라운관을 채웠던 신데렐라들은 간데 없고 '가족'과 '혈연'의 진정한 의미와 조건을 묻는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저마다 다르다.

때론 남매간의 사랑, 부부의 맞바람, 입양 등 전통적 가족관계의 급격한 해체를 방증하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그래도 가족의 사랑이 최고'라며 진한 가족애에 호소하기도 한다.

◇가족에 대한 새로운 해석 혹은 해체

지난 1일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인공들은 강국(현빈)처럼 고아이거나 재복(김민준)과 시연(김민정)처럼 부모란 부양해야 할 '펭귄떼' 이상의 의미가 없다.

어릴 때 아일랜드로 입양된 중아(이나영)는 양부모와 가족이 모두 살해당하고 외톨이로 한국에 돌아오지만 낳아준 어머니(이휘향)을 찾는 데는 무관심하다.

전통 혈연 가정과 단절된 이들은 결혼이나 동거같은 남녀의 결합에서도 자유롭다.

상대의 과거 따위는 중요치 않다.

중아는 강국과 결혼한 뒤에도 친오빠인 재복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면서 스스럼없이 강국에게 말한다.

"그 남자가 내 머릿속에 집을 짓나봐…쿵쾅대, 쿵쾅거려. 머리 아퍼, 그 남자 때문에."

SBS 주말드라마 '매직'은 부자(父子) 관계의 해체를 시도한다.

백수 건달에 늘 쫓겨다니는 아버지(강남길), 어릴 적 떠나버린 어머니, 강재(강동원)는 늘 가족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한다.

친부에 대해 냉혹하기 그지없는 강재는 우연히 만난 선모(양진우)의 아버지 대해(서인석)를 한없이 선망하며 따른다.

반면 선모는 마술사로 후계를 이으려는 아버지에 반발해 스스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간다.

선모가 떠난 후 강재와 대해는 친부자 이상으로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부자간의 관계가 사실상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달 4일 전파를 타는 MBC 아침드라마 '빙점'은 부부의 조건과 가정의 존재 이유에 극단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주인공 윤희(최수지)가 남편(선우재덕)의 무관심 속에 잠시 외도를 하게 되고 결국 딸이 유괴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된다.

남편은 아내에 대한 복수심에서 딸을 죽인 범인의 딸을 입양해 키운다.

부부 사이에 남은 건 오직 증오와 죄책감 뿐. 조용하고 은밀히 진행되는 복수는 가정이라는 모래성을 무너뜨리고, 친아들 환이 의붓딸 소영을 사랑하게 되면서 가정은 돌이킬 수 없이 몰락한다.

◇가족으로의 회귀

한편 10월의 주말 저녁 안방극장은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정통 홈드라마가 차지할 전망이다.

김수현과 김정수 작가가 각각 극본을 맡은 KBS와 MBC의 새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와 '한강수타령'이 안방극장을 찾는 것. 부모 자식 관계와 부부의 소통, 자폐아 양육 등을 소재로 가족 내 갈등과 화해, 세대 간 가치관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오는 10월 2일부터 전파를 타는 MBC '한강수타령'은 가진 것 없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중년 여성과 딸들의 건강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고두심, 김혜수, 김석훈, 최민수 등 호화 캐스팅. 자식에게 유난히 헌신적이지만 잘못하면 회초리를 들 정도로 엄한 홀어머니(고두심)와 맏딸 콤플렉스가 심한 잡지사 기자 가영(김혜수), 가난한 집안 형편에 대해 항상 불만이 가득한 둘째 딸 나영(김민선)이 등장한다.

제작진은 "밝고 따뜻한 현대물로서 '한강'이 보여주는 시간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작부터 전통적인 가족애를 강조하는 중년 시청자를 겨냥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KBS 2TV '부모님 전상서'는 내달 16일부터 방송된다.

정통 홈드라마의 거장 김수현 작가가 집필을 맡은 만큼 김수현 특유의 다이내믹하고 가슴 뭉클한 가족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사랑'에서 열연했던 김희애가 주연을 맡았다.

어린 나이에 부잣집에 시집을 와 자폐아를 낳은 뒤 남편과 시댁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가정을 꾸려 나가며 진지한 가족애를 모색한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사진: '한강수타령'(사진 왼),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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