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리더십 최대 위기 국면

"총선에서 121석을 건져온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리더십은 허상이었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를 놓고 당내 논란을 야기한데 이어 22일 수도이전 문제에 대한 당내 이견조정에도 실패하자 당내에서는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빠른 시일내에 이를 만회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우려할 만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박 대표가 취임 이후 최대의 지도력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22일 의총에서 혼선을 거듭한 끝에 내놓은 '대안 없는 수도이전 반대' 결론은 박대표의 리더십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의 수도이전 속전속결 전략에 맞서 빨리 당론을 정하라는 당 안팎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접근'을 내세우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냐는 비판이다.

이날 당 수도이전특위는 충청권에 행정특별시를 세워 중앙행정기능의 일부를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수도권과 충청권을 모두 잃는다'는 비판만 받았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수도이전 특위 위원들 조차도 '대안'의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등 당내 의견수렴 절차도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날 해프닝은 한나라당의 집권능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동시에 박 대표의 지도력에도 치명타를 입혔다는 평가다.

국보법 개폐문제에 대한 박대표의 애매한 태도도 그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불러오고 있다.

박 대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말자 "내 모든 것을 걸겠다"며 국보법 존치를 천명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이 나온지 보름이 못돼 "국보법 명칭은 변경할 수 있으며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정부참칭 조항도 없앨 수 있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가 보수파들의 거센 반발이 일자 이를 주워담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프레스포럼에서 "폐지는 안되지만 여야가 이를 전제로 서로 주장하는 바를 논의해보자는 의미였다"며 한발 뺀 뒤 22일 의총에서도 "9일 기자회견과 하나도 달라진 것도, 더 나간 것도 없다. 폐지는 안되고 개정은 문을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며 폐지 불가가 소신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미 박 대표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형식논리이긴 하지만 명칭변경은 곧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같은 말인데 폐지는 안된다는 것이 과연 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일부 보수파 의원들은 결국 박 대표의 말을 음미해보면 열린우리당의 대체입법론과 궤를 같이한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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