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늙은 굴참나무 키 높아

가지 끝에 서산이 걸려 있네

뿌리 쪽으로

길을 드러낸 가지

새들은 떠나거나 돌아오네

저물녘이네

자네는 모래무덤 펼쳐진 고요를 붙들고 있게

나는

어두워질수록 또렷이 드러나는

능선 위의 나뭇가지를

좀더 보아야 하네

이동백 '저물녘'

몸도 마음도 비만이 문제라면 천고마비보다는 다이어트의 계절이라 가을을 칭송하는 게 옳겠다. 군살을 빼어버린 듯 하늘 푸르고 잠자리 날개 위 햇살 가볍다. 시냇물 해맑게 흐르고 초록을 벗어버린 굴참나무 늙은 가지 서산까지 뻗는다. 가을 저물녘은 영혼이 눈뜨는 시간; 뿌리가 가는 길이 가지 끝에 보이고 강변 가득 고요가 만져진다. 떠나거나 돌아오는 새들의 침묵을 헤아릴 때까지 시인은 능선 위 나뭇가지를 좀더 보아야 하리라.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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