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2006년 12월5일

1992년 스페인에 도착한 황영조가 마라톤에 출전할 때까지 최고급의 참치로 체력보강을 했다는 사실은 숨은 이야기다. 그는 참치잡이 원양어업으로 대성한 울진출신 권영호씨의 마드리드 2층 집에서, 그 특정한 부위는 같은 무게의 금값보다 더 비싸다는 최상품의 참치를 올림픽 내내 대접받았다. 그리고 그는 2시간 13분 23초의 기록으로 영웅이 됐다. 스페인 동포 권씨는 대구 인터불고 호텔의 오너이기도 하다.

▲스페인과 관련해 떠오르는 한국인 하면 당연히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이다. 사실 꼭 일주일전 9월 16일이 선생의 추모일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그날, 정부차원의 추모화환 하나 없는 것도 되풀이되는 일이다.

2002년 월드컵이후 정부는 스페인 마요르카의 안 선생 유택을 기념관으로 꾸미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약 10억원의 사업예산까지 확보했었다. 그런데 그 예산이 지난해 불용(不用) 처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사실 그 유택은 바르셀로나에서 애국가는 계속 울려퍼지는데 정작 그 작곡가는 우리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왔다는 여론이 뜨겁자 권영호씨가 약 30만달러에 사들여 우리 정부에 기증한 것이다. 스페인의 한 애국자는 자비(自費)를 들여 나라에 헌납했건만 유택과 유품을 관리해야 할 정부당국은 그 후속 일처리 하나 제대로 못해 예산까지 허사로 만들었으니 통탄할 지고.

▲별개의 스토리이긴 하나, 우리 국민들은 애국가의 작곡자는 알면서 작사자는 아는 사람이 없다. 최근에 국가 상징연구회라는 단체가 '애국가 작사자 규명 청원서'를 국사편찬위원회와 행자부에 냈다는 보도만 있을 뿐 해결책은 오리무중이다. 대체로 고(故) 윤치호설과 도산 안창호설이 대립한 속에 정부의 규명의사는 전혀 없어보이는 현실이다.

▲냄비근성이 이런 곳에서까지 나타나는게 안타깝다. 차라리 유족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안선생의 유품을 인수해서 국내에 기념관을 만들 것을 제안해 본다.

애국가 작사자를 둘러싼 반백년의 논란을 잠재우는 것 또한 정부의 책임이다. 훌륭한 업적, 아름다운 역사를 밝히는 것 또한 '과거사 규명'아닌가? 2년 후 2006년 12월 5일은 안익태 탄생 100주년이다. 그때 우리는 무얼했다 할 것인가.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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