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원묘지 성묘객 매년 격감

"조상님 생각해서라도 성묘 좀 자주 오세요."

수년 간 묘지 관리비를 내지 않거나 아예 조상 묘에 발길을 끊는 사람들이 적지않아 공원묘지 관리소마다 고민이다.

24일 오후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지. 추석이 가까워오면서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리비 미납' 팻말이 꽂힌 한 산소가 쓸쓸함을 더하고 있었다;.

이 팻말은 5년 이상 관리비가 연체돼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설치한 것. 인근의 다른 산소도 수년 간 자손들의 발길이 끊어진 듯 플라스틱 조화(造花)가 까맣게 색이 바래 삭아가고 있었다.

이곳의 경우 1년에 2차례 관리비(4평 기준 연간 2만8천원) 통지서를 발송하는데, 1회 이상 체납자가 전체 2만5천여기 중 30%에 이른다는 것. 심지어 5~10년 이상 관리비를 내지 않은 산소도 50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관리사무소 측은 추산했다.

김휘종(60) 관리과장은 "경제난 때문도 있고, 자손들이 관리비 부담을 서로 미루거나 아예 해외로 이민간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관리비를 장기 체납한 산소는 벌초를 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고인을 생각하면 시행하기가 어려워 벌초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8천여기의 묘가 안장된 경북 칠곡군 지천면 '청구공원묘지'도 관리비 납부율이 55~60%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손들이 자주 찾지 않는 묘의 퇴색된 플라스틱 조화는 생화(生花)와 달리 썩지도 않아 관리에 애를 먹는다는 것.

이곳 정차용(60) 관리소장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3, 4년치 관리비를 한 목에 내러 오는 이도 있다"며 "자손들이 최소한 1년에 한번은 산소를 찾아와 낡은 조화라도 갈아 드려야 하지 않느냐"고 씁쓸해했다.

칠곡군 지천면의 조양공원묘지 한 관계자도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무연고인지 연고가 있는지 구분을 할 수 없는 만큼 자손들의 더 큰 애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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