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상보다 가족이 소중" 달라진 추석 풍속도

"차례도 좋지만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있는 것 아닌가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풍경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바뀌어가고 있다.

차례를 지내지 않고 휴양지를 찾아 가족끼리 연휴를 즐기는 가정이 크게 늘어나고 일부에서는 아예 '퓨전식 차례'를 지내는 등 전통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있는 것.

공무원 김모(54.수성구 지산동)씨는 이번 추석연휴에 온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막내 아들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다 오는 11월이면 큰 딸이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어서 가족 모두 함께 마지막 해외여행을 결심한 것.

김씨는 "제사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내 맘에 걸렸지만 앞으로는 온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아내의 말에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면서 "이 때문에 벌써 2주전에 부모님 산소에 성묘했고 큰 형님댁에도 미리 인사를 다녀온 뒤 출발할 계획"이라 말했다.

김씨처럼 추석연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항공편의 경우 일본.중국을 비롯, 동남아와 유럽노선까지 이달초 대부분 예약이 끝나는 등 '차례없이 연휴'를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또 경주와 부산, 부곡온천 등지의 콘도 뿐 아니라 지리산, 운문산 등 대구.경북지역 자연 휴양림까지도 추석당일까지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황.

경주 한화콘도 관계자는 "벌써 2개월 전부터 예약이 밀려들기 시작해 콘도 회원 외의 일반인 예약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일부는 차례상을 준비해 오지만 해가 갈수록 차례없이 연휴를 즐기려는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차례상 격식을 파괴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잘 먹지 않는 탕과 산적, 어전 등을 준비하기 보다는 생전에 부모님이 특별히 좋아했던 음식을 올려 놓거나 아이들이 즐겨 먹는 잡채, 갈비찜, 닭튀김 등을 준비하는 가정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김정희(34.여.동구 방촌동)씨는 "유교식 제례에 얽매이기 보다 온 가족이 모여 우애를 나누고 부모님의 고마움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에 충실하자는 생각에서 지난해부터 제사방식을 바꿨다"며 "오히려 안 먹어 버리는 음식쓰레기도 줄고 제사준비도 훨씬 수월해져 일거양득"이라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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