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 사고사 비상

농촌 노인들이 밤낮 없이 일하다 과로사하거나, 힘에 부치는 농기계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재해나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1년 내내 지은 농사가 적자로 기록되자 실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농촌 지역민들의 건강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영천 영대병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이 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른 270여명 사망자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40% 가량이 각종 사고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절별로 분석하면 1월의 경우 사망자 55명 가운데 사고사(事故死)는 20건 정도에 그쳤으나 농번기인 5월에는 47명 중 절반인 23명이 사고사였고, 6월에도 40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17명이 노환이나 질병이 아닌 사고사로 기록됐다는 것.

영천시청 관계 공무원도 "가을철 사망신고자의 절반은 그 원인이 각종 사고"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병원 관계자는 "농촌지역 사고사 비율은 가을 추수철로 접어들어 크게 늘어나는게 관례"라며 "특히 최근 수년간 태풍피해와 영농채산성 악화를 비관한 음독자살이 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노환(老患) 등에 따른 자연사로 기록되는 농촌지역 사망자 중 상당수는 격무에 지쳐 쓰러진 뒤 한두달 이내에 사망하는 사실상 산재(産災)성 사고사"라며 "이 같은 수치까지 감안하면 농촌지역 가을철 사고사는 전체 사망자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종류의 사고로는 경운기, 오토바이, 트랙터 등을 몰다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시름시름 앓다가 숨지거나 들녘에서 쓰러진 뒤 갑자기 숨을 거두는 돌연사 및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뒤 장기간 치료 받다가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

의료계에서는 국내 대부분의 농촌지역에서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20%를 웃돌면서 격무에 따른 돌연사와 경제적.정서적 불안에 따른 비관자살 증가를 막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천.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