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절반은 한국사람인데 추석을 즐겨야죠."
28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대구가톨릭신학교 내 성 김대건 기념관 앞마당.
베트남과 인도, 파키스탄 등 1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한가위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이 행사는 대구 외국인 노동상담소와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이 마련한 것.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이 불법 체류자다.
이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자국의 전통 음식과 송편을 나눠먹으며 한국 추석의 풍성함을 즐겼다.
스리랑카 출신 라디(28)씨는 "불법 체류자의 강제 추방이 시작된 이후 1년여 동안 몸을 숨기고 살아온 만큼 오늘 행사가 열린 것만으로도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큰 선물"이라며 "잡혀갈지도 모른다며 눈치를 보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마음껏 즐겨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기뻐했다.
오후 3시를 넘어서면서 온누리국악예술단의 개막공연과 함께 가요제가 시작되자 박수 소리와 함성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곳곳에서 춤판도 벌어졌다.
1번 참가자로 최신곡인 이승철의 '긴하루'를 부른 중국인 황쇼어(26)씨는 "맨 처음 나와 긴장이 되는 바람에 노래를 평소 실력만큼 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여자친구의 손을 꼭잡고 밝게 웃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서툰 솜씨지만 한국 노래를 불렀으며, 한 인도인 참가자는 자국의 가요를 틀어놓고 전통 춤 솜씨를 자랑하기도 했다.
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장 김경태 목사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로하기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특히 중국과 베트남은 우리처럼 추석을 쇠기 때문에 두 나라 출신들은 이번 행사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또 "이들도 우리와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엄연한 이웃인만큼 내년 설에는 한국인 이웃들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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