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려운 '루게릭병 환자' 돌보기 앞장 신혁주씨

아내 발병 계기 관심 가져...거동불편 이들에 병원약 전달

"주변에는 저보다 훨씬 세상살이가 어려운 장애인과 불우 이웃들이 많습니다."

신혁주(42)씨는 3급 장애인이다.

한국 루게릭병 경남북지부장인 신씨는 오늘도 약봉지를 들고 구미.칠곡지역의 병원과 요양시설을 순회한다.

몸 움직임이 불편한 지체.정신 장애인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신씨를 지난 23일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장미노인요양원에서 만났다.

그는 ALS(근위축성 측삭경화증 : 일명 루게릭병) 환자 이모(54)씨에게 줄 약봉지를 들고 있었다.

"이씨는 유명 보험회사 지점장이었어요. 몇년 전 우연히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근육이 마비돼가는 루게릭병에 걸려 직장도 포기하고, 말조차 할 수 없게 됐어요."

불우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지만 신씨의 처지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내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데다 형님 부부, 동생까지 중증 장애인이다.

신씨의 형(50.구미시 황상동)은 한쪽 수족을 못쓰고 형수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이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증세를 보였던 남동생(31)은 뇌출혈로 1급 장애인. 구미공단 전자회사에 다니던 신씨는 지난 1999년 척추분열증 판정을 받아 이듬해 퇴직했다.

다행히 산업재해 판정으로 월 90만원의 연금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신씨가 루게릭병 환자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아내 양(39)씨가 7년전 발병하면서부터다.

유치원 교사였던 양씨가 결혼 직후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 진단을 받은 결과 불치병인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것. 양씨는 현재 외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그는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전국의 전문가들과 접촉하면서 루게릭병 환자 돌보기에 나서고 있다.

그의 공식 직함은 한국ALS협회 경남북지부장, 그리고 지체장애인협회 구미시지부 홍보과장이다.

신씨가 들고 다니는 수첩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빼곡하다.

그가 요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하반신 마비환자이며 소녀가장인 이수정(18.가명.구미시)양. 수정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야영을 하다 온몸 마비증세가 나타났고 이후 줄곧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어릴 때 가족을 모두 잃고 휠체어를 탄 채 밥하고 빨래를 하며 동생을 돌보고 있어요. 수정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이 나타나면 좋겠어요." 칠곡 장미노인요양원 홍태자원장은 "자신도 장애인이고 아내도 중병상태이면서도 불치병을 앓고있는 환자들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봉사정신은 천성인 것 같다"고 평가한다.

신씨는 올해 구미1대학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다.

본격적으로 불우한 사람들의 뒷바라지를 위해서다.

공부와 병든 아내 수발, 장애인복지회관 목욕봉사, 보건소 이용 환자들을 위한 차량봉사 등 신씨의 하루는 몸이 열이라도 모자란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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