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선형.후형 "쌍둥이 형제 봉사도 두배"카페서 노래...소년소녀가장 도와

"쌍둥이끼리 하니까 봉사도 두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동구 동촌유원지에서 라이브카페와 찜질방을 운영하는 이선형(55).후형(55) 형제. 쌍둥이인 이들은 매일밤 '사랑의 기타'를 친다.

카페에서 노래를 원하는 손님들에게 3천원의 후원기금(?)을 받고 반주를 맞춰 주는 것.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던 손님들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것이라는 정중한 설명에 흔쾌히 주머니를 연다.

성금은 복지관이 돌보는 소년소녀가장이나 홀몸 노인들을 위해 쓰인다.

"한 달에 200만원은 되는데 매달 동촌복지관에 전달합니다.

노래로 흥이 나신 분들이 경계심을 허물고 쉽게 저희들의 뜻을 이해해 주시더라구요."

두 사람이 기발한 모금을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지만 이들의 '작은 선행'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조장과 직조공장을 경영하는 집의 10남매 중 5, 6번째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는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고교 시절부터 기타에 심취한 형 선형씨가 4인조 보컬그룹을 결성하자 동생도 음악에 빠졌고 '트윈즈(쌍둥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학교 체육교사를 하던 후형씨가 교직을 그만두고 연 기계공장이 7년 만에 부도가 나자 금세 형편은 곤궁해졌다.

친구가 경영하는 공장을 전전하기도 했다.

"돈 벌어서 남 도우며 살려고 했더니 공염불이더군요. 어려운 처지를 겪고 나니 봉사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

어렵게 음식점을 차린 두 사람은 이번만큼은 남과 나누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가게를 연 첫해부터 시작한 일이 복지관과 함께 벌인 불우이웃 돕기 김장행사. 지역대학과 연계해 외국인 대학생에게 찜질방 체험과 삼겹살과 김치를 공짜로 나눠주기도 했다.

이듬해부터는 일이 커졌다.

매년 봄 한 달간 이웃사랑 티켓행사를 열어 재료비를 뺀 절반의 매상을 복지관에 전달했다.

이 돈은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생활필수품 등을 구입해 주는데 쓰였다.

지난 봄에는 약 600만원이나 됐다.

지역장애인 단체와 손잡고 나들이를 주선하거나 장애인들을 위한 노래자랑 대회를 열기도 했다.

"처음엔 상술이 아닌가 의심하던 분들이 진심을 받아들이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저희들처럼 장사를 하는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이웃을 돕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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