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옛날에 물새하고 개미하고 메뚜기, 이렇게 셋이서 동무가 돼 가지고 개울가에서 놀았어. 놀다 보니 모두들 배가 출출해지거든. 그래서 먼저 물새가 그랬어.
"얘들아, 내가 물고기를 잡아 올 테니 너희들은 여기서 불을 피워라."
그래서 물새는 개울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개미와 메뚜기는 개울가에서 불을 피웠지. 메뚜기가 불을 피우다 보니 땔감은 모자라고 연기는 맵고, 이래서 아주 힘이 들거든. 그런데 개울에 들어가 있는 물새를 보니까 그냥 쉽게 물고기를 턱턱 잡아낸단 말이야. 그걸 보고 메뚜기가 그만 심통이 났어.
"얘, 물새야. 내가 물고기 잡을 테니 네가 불을 피워라."
"응, 그러자."
이렇게 해서 둘이 일거리를 바꿨어. 메뚜기는 좋아라하면서 개울에 들어갔지.
"내가 큰 물고기를 많이 잡아 올 테니 기다려라."
하고 신이 나서 물 속에 들어갔는데, 몸집이 작으니까 그냥 물에 퐁당 빠졌네. 퐁당 빠져서 그냥 허우적거리고 있는 거야. 이 때 물 속에 놀던 붕어란 놈이 메뚜기를 보고서,
"어라. 웬 맛있는 먹이가 제 발로 들어왔구나."
하면서 달려들어 날름 삼켜버렸어. 메뚜기는 물고기를 잡으려다가 도리어 물고기한테 잡아먹힌 꼴이 됐지.
이 때 물새하고 개미는 불을 피워 놓고 메뚜기 오기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와야 말이지. 붕어 뱃속에 들어가 있는 놈이 어찌 오겠어. 암만 기다려도 안 오니까 걱정이 돼서 물새가 찾아 나섰어. 개울에 가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찾다 보니까 어디선가 가느다란 소리가 들리지 뭐야.
"아이고, 메뚜기 살려. 아이고 메뚜기 살려."
이러는데, 가만히 들어 보니 붕어 뱃속에서 소리가 난단 말이야.
'이크, 메뚜기가 붕어 뱃속에 들어가 있나 보다.
'
물새가 얼른 붕어를 탁 낚아채 가지고 물 밖으로 나왔어. 그리고 붕어 배를 갈라 보니 그 안에 메뚜기가 들어있거든.
그런데, 이 메뚜기란 놈이 죽어도 붕어한테 잡아먹혔단 말은 하기 싫어서,
"얘들아, 내가 이 붕어를 잡긴 잡았는데 너무 용을 쓰느라고 기운이 빠져서 잠깐 이 속에 들어가 쉬고 있었다.
"
이러면서 잘난 체를 하느라고 이마를 쓱 문질렀어. 그런데, 더운 붕어 뱃속에 오래 들어있다 보니 메뚜기 이마가 반쯤 익어 있었거든. 그 바람에 이마가 그만 홀라당 벗겨졌지 뭐야. 그 꼴을 보니 어찌나 우스운지 개미가 배를 잡고 웃다가 그만 허리가 잘록해졌어.
물새는 말이야, 제가 일껏 메뚜기를 살려 줬더니 고맙다는 말을 하기는커녕 잘난 체만 하잖아. 그래서 샐쭉하니 토라져서 입을 쏙 내밀다가 그만 부리가 뾰족해졌지. 그 때부터 메뚜기 이마는 훌쩍 벗어지고, 개미허리는 잘록해지고, 물새 부리는 뾰족해졌단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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