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은 도대체 가정교육이 안 돼 있어", "학교에서는 뭘 가르치는지 몰라."
학생들이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켰을 때 학교와 가정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일견 저런 말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서로가 큰 오류에 빠져 있다.
초·중등 과정에서는 학교와 가정의 협력 없이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뿌리박힌 데는 오랫동안 학교와 가정 사이의 의사소통을 차단해온 우리 교육 구조가 큰 몫을 했다.
학부모의 학교 출입은 치맛바람이라는 이유로 백안시했으며, 비전문적인 학부모가 교사의 학급 운영이나 학교 경영에 참견하는 데 극도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대 측면에서 교사의 가정 방문도 제한됐다.
이제 학교와 가정은 거대한 벽을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게임만 하고 있다.
그나마 남은 구조라곤 학교운영위원회뿐인데 들려오는 얘기론 이 역시 기대할 게 있을까 하는 씁쓸함만 든다.
모 신설학교에서 무리하게 학교발전기금을 걷는데 학교운영위원회가 앞장서서 학급별 액수를 할당했다거나, 모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학교운영위원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 다니는 학생들만 태권도 시범공연을 했다거나.
학교운영위원회는 지난 95년 시범 설치된 이후 초기만 해도 '교육자치의 꽃', '학교 민주화의 첫 걸음' 등으로 불리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학교 교육계획 수립, 예·결산 심의, 학교 급식이나 물품 구매, 교복이나 졸업앨범 입찰 등에서 성과를 일궈낸 학교도 적잖다.
그러나 갈수록 변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학교장의 독단을 합리화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학교가 상당수이고, 뒤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학교 운영을 더 비교육적으로 만든다는 곳도 있다.
학교와 가정 사이의 멀어진 거리를 좁혀내는 역할은 요원해 보인다.
이는 학교운영위원 선출에서부터 민주적인 절차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장은 자신의 입장을 지지해줄 교사, 학부모를 찾는다.
학교운영위원회 활성화에 가장 적극적인 전교조도 교사위원 진출에 힘을 쏟고, 지지해줄 학부모를 찾는다.
지역위원도 양측에서 부탁받은 지역 유지나 교육청 공무원, 학부모단체 회원 등이 대부분이다.
이러니 운영 역시 민주적 방식을 제대로 밟기 힘들다.
힘겨루기가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곳은 독단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분쟁과 갈등이 되풀이된다.
대화와 타협으로 교육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는 학교는 갈수록 찾기 힘들다.
요즘 교육계는 그야말로 시끄럽기 짝이 없다.
2008학년도 입시제도와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논란, 사립학교법 개정 공방, NEIS 합의 찬반 등 하나같이 굵직굵직한 사안들이다.
하지만 숲을 어떻게 가꿀 것이냐를 두고 내내 싸우는 통에 정작 가꾸고 키워야 할 풀뿌리와 꽃들은 말라죽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학교 교육 정상화는 그럴 듯한 제도나 정책보다 개개 학교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느냐에 더 좌우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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