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700여년 만에 열리는 의식을 축복해주는 것 같습니다."
단기(檀紀) 4337년 개천절을 맞아 고려때 이후 중단돼 온 팔공산의 최고봉(1,192m)인 비로봉(제왕봉) 제천의식이 시민 등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3일 오전 11시 팔공산 비로봉.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 속 제천단(祭天壇)에서 하늘에 알리는 '천고(天告)'를 시작으로 개천절 의식이 국학운동시민연합 대구연합회와 대구경북 홍익문화운동연합의 공동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오해수(55·서구 평리동)씨는 "신문에서 이날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오게 됐다"면서 "인근에 군 부대가 있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데 앞으로 이곳에서 계속 천제가 열렸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부인, 동생과 함께 찾은 서재열(55·북구 산격동)씨는 "등산을 좋아해 팔공산은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지만 그동안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 이곳에 와본 것은 처음"이라며 "행사하기에 비좁은 제천단 주변을 정비해 이런 의식이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천의식은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해 하늘을 모시는 시천(恃天), 기도문을 올리는 도천(禱天), 천지인(天地人) 삼원합일을 위한 9배, 참가자들의 천부경(天符經) 낭독, 천지인 3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천제가 끝난 뒤에는 간단한 개천절 기념식을 갖고 개천절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공식행사의 끝을 맺었다. 오후 1시 천제를 지낸 음식을 참가자들이 나눠 먹으며 전체 행사가 마무리됐다.
국학운동 대구연합회 박민준(40)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의 시작을 기념하는 개천절이 단순한 공휴일처럼 인식되는 풍토가 안타깝다"면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으로 어수선한 지금 이런 행사를 통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윤조 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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