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을 따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때마침 내년도 예산을 심의할 정기국회도 열리고 있으니 이 문제를 짚어보자. 그렇다고 각 부처나 지자체가 호응도 높은 사업계획을 많이 입안하거나 예산당국과 국회의원실을 신발이 다 닳도록 드나들며 설득전을 펼쳐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름아니라 '사고가 터지거나 문제가 불거져야'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일그러진 관행을 되짚어 보려는 것이다.
특히, 대형 사고라도 한번 터지면 관련기관으로선 겉으로야 우거지상을 짓겠지만 속으론 "절호의 기회"라도 잡은 양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전담 인원을 늘려야 하고 사고예방을 위한 예산도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범정부차원으로 확산되는 데다 여론의 호응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해당 기관에선 한술 더떠 사고재발을 막기 위해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게 급선무라는 논리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반면 '사고나 문제도 없이 조용한' 기관이 예산을 증액하려 하면 예산당국으로부터 적잖은 제동이 걸리기 일쑤다.
오히려 "별일도 없는데 관련예산과 인원을 감축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나 듣지않는다면 다행일지 모른다.
설사 "사전대책을 잘 갖춰야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논리를 제시한다고 한들 먹혀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때문에 예산을 따내는 문제만 생각한다면 사고나 문제가 생기길 학수고대(?)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광화문 정부청사에선 주차난이 심각해지자 지하주차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지만 정작 이 같은 주장을 과거에 제기했던 공무원은 문책까지 당했다고 한다.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려 했다는 게 당시 이유였다는데 결국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지 못하고 섣불리 나섰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소방방재청 신설만 해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그렇게 빨리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행자부 내부적으론 이 문제가 이전부터 거론됐다지만 인원과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정부기구를 막상 설치하려 하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이다.
지하철 내장재를 불연재로 바꾸기 위해 예산을 서둘러 배분했던 것도 참사가 없었다면 예산당국에서 쉽게 용인했을까?
이 같은 상황임에도 정부가 부처나 지자체 측에 사고(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대책에 만전을 기하도록 독려하고, 또 이를 기대한다면 무리일 수 있다.
뒷수습보다는 사전대책을 철저히 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지극히 당연할 수 있는 순리가 우리 현실에선 아직 통하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서봉대·정치2부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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