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산업의 대명사 '섬유·패션'. 하지만 섬유·패션업체라고 모두 '굴뚝'은 아니다.
최근 3년 새 오직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대구·경북 섬유·패션 벤처기업이 속속 탄생하며 지역 섬유·패션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지역 섬유·패션 벤처기업은 중앙 행정기관으로부터 연구개발 능력을 인정받거나 특허청 특허 등록 또는 출원에 성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부가 전통 섬유·패션산업을 첨단 하이테크 산업으로 변신시키는 첨병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3년 4월 섬유 벤처기업으로 창업한 대구 필텍스피아는 베끼는 데에만 익숙한 전통 직물업체들과 달리 국내 최고 수준의 사가공 특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실 한가닥에 2가지 이상의 색깔을 입히는 이른바 '이색' 기술이 바로 그것. 비록 신생 기업이지만 필텍스피아의 기술력을 인정한 중앙행정기관이 벤처기업 창업을 권유했을 정도다.
현재는 레이온, 코튼 등 2가지 이상의 소재를 복합해 기존 섬유 굵기보다 훨씬 가늘게 만드는 신기술을 개발 중.
필텍스피아 박철우 과장은 "당장의 불황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하이테크 기술 개발을 지향한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벤처기업'이라는 명함보다는 자기만의 특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벤처' 정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 설립해 지난해 벤처기업으로 등록한 풍전티티는 무려 28개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중소기업 기술혁신과제'에 4년 연속 참가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해 중앙 행정기관이 출연하는 연구개발기업으로 벤처 인증에 성공했다.
풍전티티 윤길중 고문은 "저부가 대량생산을 고집해 온 섬유·패션산업에도 '특허'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베끼기만 고집하는 대구·경북 직물업체들은 이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대구·경북 섬유·패션 벤처기업은 2001년 이후 등장하기 시작해 올해 현재만 24곳에 이른다.
지역브랜드 '도호'와 '쿱'으로 대구 패션의 신기원을 연 (주)혜공, 고강력 복합 방호복 직물을 생산하는 (주)넥스코, 국내 최대 천막텐트 제조업체로 성장한 카라반인터내셔날(주) 등 1990년대 후반 이후 설립한 젊은 기업들이 벤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으며 (주)범삼공, 성안합섬(주) 등 수 십 년 간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섬유·패션업체로 자리매김하다 새롭게 벤처기업으로 도약하는 업체 또한 결코 적지 않다.
1975년 설립된 최복호패션 역시 지난달 초 벤처 인증에 성공, 제 2의 출발을 시작한 케이스. 벤처 인증에 즈음해 5명의 석·박사 인력을 확보하고 디자인 기술연구소까지 설립한 최복호 패션은 30년 넘게 이어온 내부 조직체계를 혁신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35년간 염색 한 우물을 파 오다 지난해 벤처기업으로 등록한 경일염직 이재홍 전무는 "벤처기업 등록은 섬유 불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라며 "국가가 인증하는 벤처기업은 정부과제 추진에 상대적으로 유리해 전문 연구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하이테크 기술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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