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농림부의 결단(?)

농민들이 쌀 시장 개방에 반대, 연일 결실을 앞둔 논을 갈아 엎으며 죽어가는 농촌과 농민을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쳐도 누구 한 사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렇게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도 이렇게 가다간 머지않아 자기의 밥상은 물론 국민의 먹을거리가 위협받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쟁만 일삼고 있다. 그래서 올해의 황금 들녘은 추곡수매가 시작됐으나 '풍년가 대신 곡소리'가 요란하다고 한다.

○...정부의 쌀 시장 개방대책 방향이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내년부터 국영무역을 통해 수입되는 쌀 중 일부를 일반 소비자용으로 시판하고, 민간 차원에서 들여오는 수입 쌀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가공용으로만 사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렇게 할 경우 수입산과 국내산이 차별화돼 유통과정의 혼란이 방지되고, 수입 쌀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국정감사 비공개 회의서 농림부가 밝힌 이야기라고 한다. 아직 정부 시판 쌀의 규모나 국내산과의 가격 차이를 얼마로 할지 밝혀지지 않아 짐작키 어렵지만 농민들에겐 엄청난 타격이 올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의 쌀에 비해 우리 쌀의 질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소비자들이 값싸고 밥맛이 좋은 외국산 쌀을 선호할 것은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쌀 시장 개방 협상 대상국들이 대부분 5~10년 유예 조건으로 수입쌀의 시중시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려면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이다. 정부가 쌀시장 개방 유예를 받는 대신 수입 쌀의 일부를 시판키로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농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5~10년간 유예를 받을 수 있다면 관세화해 쌀시장을 전면 개방화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유예기간 동안이나마 시간을 벌어 대대적 농업구조 조정과 함께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다소나마 높일 수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농림부의 결단이 경쟁원리 주의자들만이 판치는 우리의 산업'경제계 풍토에서 그나마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고민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 다행이라 생각된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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