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천 년 중국을 이끌어온 50인의 모략가

차이위치우 외 지음/들녘 펴냄

"남이 내다 팔면 나는 사들이고, 남이 사들이면 나는 내다 판다.

"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이 법칙은 2천년전 주(周)나라 거상이었던 백규의 돈 버는 수단이었다

쌀 때 사들이고 비쌀 때 내다 팔아 큰 이익을 얻고자 했던 그의 비상한 상업적 머리는 지금 보아도 감탄할 만하다.

당시 주식시장이 존재했다면 그의 재물 창고의 규모는 어떠했을까.

중국의 군사역사학자인 차이위치우 등이 쓴 '5천 년 중국을 이끌어온 50인의 모략가'는 백규와 같이 탁월한 능력으로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지략의 대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한마디로 삶의 기술이자 지혜를 집대성한 모략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인물들의 열전으로 읽힌다.

'모략'(謀略)의 우리말 어감은 대단히 좋지 않다.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남을 해치려고 속임수를 써서 일을 꾸밈'이라고 풀이돼 있다.

하지만 저자는 왜 모략을 양지로 끌어내 권장하고 있는 것일까. "글자를 하나씩 해석해 본다면 '지모(智謀)와 방략(方略)'이라는 중립적인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 말은 '대단히 친숙하면서도 신비한 단어'이고,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사회적 실천, 사유의 발전과 함께해 왔다"는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 중국에서는 그다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략가들은 하나같이 빛나는 스타로 대접받을 정도다.

책은 정치 외교 경제 군사부문으로 나누어 역사 속 모략가들이 펼친 지모와 실천방략을 꼼꼼히 살펴보고, 오늘날에도 활용할 수 있는 모략사상을 모색한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역사로 시계 바늘을 돌리길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처세술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쾌도참난마'(快刀斬亂麻)라는 교훈이 있다.

우리 식으로 '뒤엉킨 실은 칼로 잘라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통치자 앞에는 수많은 난제가 쌓여 있게 마련, 그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수많은 이해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풀려고 하다 보면 더 엉킨다.

이럴 때 통치자는 단호하게 칼을 빼들어야 한다.

수많은 이해 집단들의 자기 주장으로 난맥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최근 한국의 상황이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이치대란'(以治大亂)도 기가 막힌다.

'나를 먼저 다스린 후에 적이 어지러워지길 기다린다'는 이 말뜻에 대해 '적이 어지러워져야 상대적으로 내가 강해진다'고 믿는 우리 정치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옛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그들의 지혜를 현재의 삶에 잘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조목조목 정리해놓은 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래서 이 책에 더욱 손길이 가는 이유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예화가 눈길을 끈다.

남송시대 사람 여동빈은 득도한 후 지혜로운 인물에게 자신의 도술을 전수하고자 했다.

젊은 나무꾼을 만난 그는 작은 돌멩이를 금으로 바꾸어 보이며 가지겠냐고 물었다.

나무꾼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커다란 바위를 금덩이로 만들어 가지겠냐고 물었지만 나무꾼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흡족한 여동빈은 나무꾼을 제자로 삼기로 결심하고 물었다.

"그대는 어째서 황금을 원치 않는가."

나무꾼의 입에서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나는 금이 아니라 돌을 금으로 바꾼 당신의 그 손가락을 가지고 싶습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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