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막가는 게 유행이다.
막가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일까. 그래서 노골적이고 직선적이고 매몰차고 강파르다.
못을 박는 게 아니고 아예 박아 버린다.
밀리면 그것이 끝장인 것처럼 여겨지고 그래서 필사적이다.
하기사 막가자고 말 꺼낸 이가 있었으니 막가는 세상사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국정감사. 막 시작이지만 벌써 끝이 훤히 보인다.
뭣하러 그런 시간들을 낭비하며 야단인가. 쥐어박으면 되치고 후리면 걷어찬다.
관제데모라면 민제라고 되받고 스파이니 이적행위니 반격하면 당연히 알 권리라며 색깔론으로 더 발끈한다.
어디 그들에게만 국가가 있고 백성이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몇 푼으로 연명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게 걱정이다.
그동안 얼마나 벼르고 별렀기에 초입부터 저렇게 북새통인가. 아니꼬운 입들.
또 하나 이상한 풍조는 현정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치적으로 이분하는 야당과 여당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푸른 당과 붉은 당이 서로 눈이 찢어질 듯 째려보고 있다는 점이다.
색깔이 어디 푸르고 붉은 색뿐인가. 여기다 너무 얕잡아 보는 축이 있나하면 목매다는 축이 있다.
왜 그럴까. 진정 현 정권이 나약해서일까 아니면 현 정권을 바라보는 측이 너무 강해서일까. 아니면 현정권이 너무 이해심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그 정권을 바라보는 측의 성미가 말라서일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들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가닥 깃털 같은 그들이 아무리 팔닥거려도 끄떡 않는 우리들이 있어 다행이 아닌가. 새 등의 깃털과 배의 깃털이 하나 더 있다고 해서 그 때문에 더 솟구쳐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 하나 빠졌다고 해서 그 때문에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나는 것도 아니다(背上之毛, 腹下之 , 益一把飛, 不爲加高, 損一把飛, 不爲加下)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처럼 우리들의 새는 그저 유유히 날 뿐이다.
소걀 린포체. 티베트에서 태어난 이 시대의 가장 존경받는 영적 스승 가운데 한 사람이랄까. 그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의 지혜'라는 책을 썼다.
원제는 'The Tibetan Book of Living and Dying'. 늙음이란 무엇인가. 과연 그것은 죽음 직전의 삶을 의미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지금은 욕망과 젊음만 취급당하고 늙음은 버려지다시피하고 있는 마당에 저자는 과감히 그 점을 들춰 우리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사회는 늙음과 죽음을 두려워하는데 이는 그것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늙음이나 죽음에 비중을 두며 인간의 욕망보다는 무심, 혹은 막무가내로 쌓기만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잘 비워내느냐에서 진정한 생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거기에 우리들이 어떻게 살 것이며 살아야 하는 지혜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흔히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불교 특히 티베트불교는 죽음에 대해 매우 진지하다.
린포체는 이를 말하기 전에 서양정신을 먼저 두드린다.
그것은 욕망을 부추기고 무한경쟁을 시키고 그로 인해 생기는 온갖 찌꺼기나 거품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요즘 젊은이들을 향해 서양정신의 폐해를 부르짖고 있다.
거기에는 단순히 젊음, 섹스, 권력 등으로 덧칠해져 진정한 생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강대한 국력을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지배하며 스스럼없이 쾌락과 방종과 격분을 주기만 한다.
아무런 대처 방안도 없이 말이다.
그래서 린포체는 언제나 마음이 문제라고 한다.
그가 주장하는 최상의 상태란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무심의 경지를 말한다.
그게 쉬운 일인가. 그러나 생각보다 쉽다.
왜냐하면 내가 착한 상태로 되면 그것은 절로 그럴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착한 상태. 티베트의 지혜는 바로 이것에 있다.
"내가 해를 입힌 그 사람이 바로 나였고, 내가 착한 마음으로 도와준 그 사람도 바로 나 였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곳에 진정한 착함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쉽지 않은가.
우리의 선량들도 이름에 걸맞게 착해져야 한다.
왜 선량이라고 이름지었는가. 선량이면 고함이 없고 상대를 헐뜯지 않고 언제나 반대만 하지 않고 상대를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조건 상대를 거꾸러뜨려야 하고 이겨야 하니까. 이럴 때는 린포체의 다음과 같은 글을 읽어야 한다.
" 당신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려면 새벽의 공원을 산책하거나 뜰에서 장미꽃 위에 맺힌 이슬을 들여다보자. 땅에 누워 하늘을 보면서 마음이 크고 넓은 그 속으로 퍼져 나가게 하자. 마음 밖에 있는 하늘이 마음속 하늘을 일깨우게 하자. 개울가에 서서 마음을 그 흐름에 참여시켜보자. 끝없이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하나가 되어 보자…."
그렇지만 그들 선량의 눈에는 장미꽃 대신 가시가 보일 뿐, 새벽공원 산책 대신 골프장에 가야하고 땅에 누우면 이 땅을 어떻게 개발시켜 이익을 나눌까 걱정하며 개울가에서는 고기 낚시나 생각하는 게 고작일 것을. 한 가닥 깃털 같은 선량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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