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기자의 의료이야기-(11)약국마다 약값 다른 이유

며칠 전 신문사 편집국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집 주변 동네약국에서 구입한 약이 다른 동네 병원 인근 약국에서는 더 싸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바가지 쓴 것이 아닌가요?"

전화를 건 독자분은 다른 약국보다 비싸게 약을 구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바가지'를 쓴 것은 아닌 것 같다.

약값이 약국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비보험약과 보험약은 약값이 결정되는 방법이 다르다.

보험약의 경우 해당 제약회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값을 제출하면 심사평가원에서 심사하여 결정한 가격이 그 약에 지불할 수 있는 최고의 가격(상환상한액)이 된다.

그러면 똑같은 처방전으로 보험조제를 받아도 환자나 보험공단이 지불하는 돈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의료기관과 약국이 상환상한액을 약값으로 적용하고 있어 보험조제의 경우 대부분 가격이 같다.

하지만 보험약이 아닌 경우는 좀 다르다.

약사법 시행령은 약국에서 약을 매입가격 이하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담합 행위을 금지하고 있다.

약국 간의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한편 약국 간의 담합을 억제하기 위한 절충책이다.

이 제도는 '매입가격 이상'이란 조건만 되면 약값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약값이 천차만별이다.

약국마다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구입가격이 다르고, 마진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약값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도매상이 한 약품을 A약국(대형약국)에는 100원에, B약국(소형약국)에는 110원에 공급했다고 하자. 이때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A약국은 10%, 매출 규모가 작은 B약국은 30%의 이윤을 남겼다.

이 경우 소비자가 지불하는 약값은 각각 110원과 143원으로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듯 같은 약이 다른 가격에 팔리면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상당수 약국들은 약국 내에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약품의 판매가격을 게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소비자들의 불안과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도대체 약국이 약을 얼마에 구입해 얼마를 남기고 판매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약국들도 불만이다.

특히 동네 소형 약국들은 대형약국에 비해 매입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어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한다.

동네약국의 약사 정모(50)씨는 "소비자들을 대형약국에 뺏기지 않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상당수 약품에 대해선 마진을 전혀 남기지 못하고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소 혼란이 있지만 어쨌든 자유주의 경쟁시장에서는 약값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을 싸게 사려면 좀 더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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