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노인인구 비중이 7.2%로 '고령화 사회'(유엔 기준 7%)에 도달했다.
현재까지 진행 추세를 보면 2019년 '고령사회'(14%),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20%)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전국 30개 군 중에서 경북지역은 의성·군위 등 8개군이 포함돼 농촌지역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의성군의 노인인구 비율은 23.6%, 군위군은 23.5%를 차지해 의성은 2001년에, 군위는 2002년에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고령사회'를 준비하지 않은 탓에 심각한 과제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초고속 고령화 실태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끼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과중한 노동에다 재미나 목적 없이 그냥 연명하다시피 하는 무의미한 생활에 진저리가 날 뿐입니다.
" 예천군 하리 한 마을에 사는 박모(76)할아버지는 "우리가 죽으면 아무도 들어와 살 사람이 없어 마을이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 마을은 전체 15가구에 주민은 28명으로 이중 65세 이상 노인이 20명이다.
박모(90) 할머니는 지난 1980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산다.
자식도 없다.
20년 넘게 관절염을 앓고 있지만 병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박 할머니는 "살아 있지만 사는 것이 아니다"며 "차라리 빨리 저 세상으로 가고 싶은데 명은 왜 이리 모질고 질긴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
예천군 용문면 사부2리 이모(74) 할아버지 부부는 자식들을 외지로 보내고 부부만 남아서 생활한지 30년째다.
논 2천평과 밭 600평에서 벼와 고추를 재배해 얻는 소득은 연간 900만원 정도다.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용돈을 보내줘 생활에는 아무 어려움이 없다" 고 했다.
홀몸인 청도읍 신모(77) 할아버지는 비만 오면 걱정이 많다.
조그마한 골방 천장의 낡은 합판은 떨어지기 직전이다.
심장병에다 가슴과 다리가 아파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
3일 만에 한번씩 보건소에 가서 약을 받아야 하는데 옆방의 김모(82) 할아버지가 대신 타다준다.
신씨는 "목숨이 붙어있어 살지만 사는 것이 지옥"이라며 "아무런 희망도 미련도 없는 삶을 더 이상 지속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했다.
■농촌인구 격감 실상
의성군 안평면 창길3리의 전체 주민 65명 중 50대가 4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60대 이상이다.
이 마을에서는 40대 이하 청년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군위군 소보면 보현1리도 마을 전체인구 81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33명(남 16명, 여 17명)에 달해 노인 비율이 40.7%를 기록하고 있다.
영양군 청기면 정족리의 경우 마을전체 인구 68명 가운데 초등생 2명, 고교생 1명, 50대 미만 7명이고 나머지는 60대다.
의성군 안사면에서는 지난 한해 동안 2명의 아이만 태어났을 뿐이다.
안평·신평면은 3명, 가음면은 4명이 출생한 게 고작이다.
군위군 고로면 역시 한해 동안 4명의 아이가 태어나 갈수록 농촌지역의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촌지역 대부분이 노인들만 남아 농번기 인력 부족은 심각함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노인들만 있는 농가는 일손이 없어 논과 밭을 임대하거나 놀리고 있다.
벼농사를 지어도 자가 노동이 아닌 반위탁 형태다.
모는 육묘공장에서 사고, 논갈기· 비료주기는 기계영농회사 등에 맡긴다.
그저 논물 관리나 하는 정도다.
타인 의존율이 70%가 넘어 평균수익은 400만원을 넘지 못한다
위탁영농이 늘어나자 청도군 농업기술센터는 올해부터 영농교육을 전업 농가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농사짓는 부업농가, 65세 이상의 고령자 농가 등으로 구분해 3단계 영농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들의 자살 건수도 늘어나 올들어 우울증과 치매, 생활고 등을 비관해 자살하는 노인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군위에선 지난 2일까지 6명의 노인들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의성에서도 9월 말 현재 8명의 노인들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복지 현주소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 대책은 '걸음마' 수준이다.
노인복지행정은 전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노인복지정책은 비교적 노인 인구비율이 낮은 도시위주로 짜여져 있는 데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복지시설도 도시지역에 편중돼 농촌지역 노인들은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덕읍 제일병원은 노인전문병원으로 지정됐으나 현재 일반 전문의도 모자라는 실정이어서 노인질환과 관련된 의료진을 별도 배치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노인전문병원이라는 간판만 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자체들의 빈약한 재정에 있다.
지역여건상 노인 의료건강, 생계, 문화생활 등 종합적인 복지시스템 구축이 시급하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 영덕군의 노인관련 예산은 총 49억원. 군은 이 돈으로 노인회관 건립 등을 비롯한 각종 노인복지정책을 편다.
예천군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경로연금 등을 지급하는 것 이외 금전적인 지원은 없다.
다른 시·군과 마찬가지로 읍·면 행정조직망을 통해 사회복지사나 관련업무 담당자를 투입,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된 노인과 무의탁 홀몸노인들의 최저 생계를 도와주는 정도다.
예천군 노인복지 담당자는 "노인문제를 지자체가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며 "노령사회 문제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국책사업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후복지 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봉화군은 지난 1998년 폐교부지인 법전면 풍정리 옛 다덕초교 부지 2천228평, 건평 368평에 노인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립 노인전문요양 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요양원은 촉탁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전문 종사원 19명을 두고 있으며 물리치료실, 식당, 목욕실, 이·미용실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의성군은 지난 2002년 의성읍 도동리에 사업비 16억4천여만원을 들여 노인들이 다양한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의성군 노인복지회관을 건립했다.
이곳에서는 일일 평균 200여명의 노인들이 찾아와 물리치료를 받으며, 헬스와 당구, 탁구, 서예, 한문 등으로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의성읍은 물론 멀리 사곡과 비안 등지의 노인도 찾아오고 있다.
황해수(86·의성군 사곡면 신감2리)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다섯 번은 노인복지회관을 찾는다"며 "다양한 취미생활 덕택에 몸과 마음이 한결 젊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영덕군도 영덕읍과 남정·병곡면 노인회관은 이미 신축했고, 지품과 영해면 노인회관은 내년 3월 완공한다.
군은 내년중 2개의 면 노인복지회관을 건축할 계획이다.
특히 게이트볼 경기장이 노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영덕군 병곡면의 김홍식(72) 할아버지는 "매일 오후마다 면사무소 앞 게이트볼경기장으로 출근한다"면서 "몇 년째 이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영덕군지회에는 지난달부터 노인취업담당 직원 1명이 배치됐다.
이 직원의 업무는 노인일자리 창출이나 변변한 공장 하나 없는 영덕에서 노인들이 취업할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석명도(75) 노인회 영덕군지회장은 "일하고 싶다는 회원은 수두룩하다"면서 "그러나 젊은 사람들도 취업 못하고 놀고 있는 터에 노인취업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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