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를 한 뒤 전혀 관리하지 않거나 익은 벼조차 수확하지 않는 논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올 들어 추곡수매가가 내리고 수매물량이 줄어든 때문이며 내년부터 추곡수매제가 폐지될 경우 휴경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영천시 고경면, 완산동 들녘에는 지난 5월 모내기를 한 뒤 잡초 제거나 농약 및 비료살포 등 농작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풀밭인지 논인지 분간할 수 없는 논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버려진 논은 경북도내 곡창지대로 꼽히는 경주 안강, 포항 흥해 들녘 여러 곳에서도 발견된다.
농민 김모(61·영천시 완산동)씨는 "지난 5월 모내기를 한 뒤 추수철까지 논 주인을 한 번도 못본 논이 많다"며 "20필지에 1필지 꼴로 벼논이 피밭, 풀밭으로 변해버렸다"고 전했다.
논 주인이 수확기인데도 벼를 관리하지 않는 바람에 올해는 추수철에 멸구 등 병충해가 확산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영천시 관계자는 "모내기에서 수확기까지 사실상 방치한 논에서 자란 벼를 빗대 '유기농·무농약 농산물'이란 우스개까지 돌고 있다"며 "추수철로 접어들면서 부재지주 논과 함께 노령층의 논에서 추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지역 자녀들이 "추수해도 남는 것이 없는데 수확은 해서 뭐하느냐"며 농촌 노부모들에게 추수 포기를 종용하는 경우도 많아 수확포기 농가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곡처리장의 산물벼 건조시설이 '대농(大農)'들에게 우선 배정되면서 노인들이 대부분인 소농들은 적기에 수확해도 벼를 말릴 일손이 없어 벼를 베지 않고 논에서 마르기를 기다리는 이른바 '입도건조(立稻乾燥)'라는 웃지못할 영농법까지 출현했다.
농협 관계자는 "적기에 수확하지 않으면 생산량이 크게 줄고 미질(米質)도 떨어져 영농채산성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가 3,4년 전부터 부쩍 늘어났다"고 했다.
한편 올해 대구·경북지역 쌀 생산량은 지난해 397만섬(57만2천t)보다 15.6% 늘어난 459만섬(66만1천t:대구 2만2천t, 경북 63만9천t)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국적으로는 흉작이었던 작년보다 9.0% 늘어난 3천370만섬(485만3천t)을 기록, 평년작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9월 15일을 기준으로 대구·경북 1천260곳을 포함해 전국 9천곳의 표본지에 대해 실시한 '9.15 작황 조사'결과를 7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대구·경북지역 경우 7월 상순~8월 상순 사이 기온이 높고 일조시간이 많아 이삭당 낟알수가 증가했고 전년에 비해 태풍 및 집중호우의 피해가 적어 지난해보다 62만섬 늘어난 459만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작년보다 1.8%인 2천500㏊가 감소(전국적으로는 1.5% 감소)했음에도 예상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10a(302.5평)당 수량이 484㎏으로 지난해 410㎏보다 18%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도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은 "기상호조로 '대풍'이 점쳐졌으나 재배면적 감소와 함께 친환경 고품질 재배농법이 확산되면서 평년작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영천·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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