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가기밀유출 여야 가파른 대치

'국가기밀 유출'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국면이 더욱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북한 장사정포에 의한 서울 함락 시나리오'를 언론에 공개한 박진(朴振) 의원과 '북한 급변사태시 정부의 비상계획'을 밝힌 정문헌(鄭文憲)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한나라당은 8일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 정 의원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특히 여당이 윤리위 제소를 강행할 경우 박진·정문헌 의원을 '스파이'라고 지칭한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와 안영근(安泳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그는 "지금 여당, 국무총리, 국정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친여매체가 총출동해 야당의 정당한 국감활동을 색깔공세, 기밀유출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민주적, 반의회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엄연한 '군사적 위협사실'이 어떻게 '국가기밀'이고 그것을 밝히면서 대책을 추궁하는 의정활동이 어떻게 '기밀유출'이냐"며 "야당 의원을 '스파이'로 중상모략한 데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교과서 왜곡 등 국가정체성과 역사관 문제,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공개토론과 국감 정상화를 위한 양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린우리당에 공개 제의했다.

국가기밀 유출 파문의 당사자인 정문헌 의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비상대책에 대한 정당한 질의를 '기밀 폭로', '스파이 행위'로 몰아가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세상에 비상사태에 대한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간첩도 있느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기밀 누설이라는 공세에 참을 만큼 참았다"면서 "하지만 이를 악용해서 스파이 정국으로 몰아가는 정부와 여당의 행동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며 여당의 정치공세와 야당탄압 행위가 중단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강성발언이 쏟아졌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동료 의원들에 대한 윤리제소 운운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도 볼 수 없었던 국회 무력화 시도"라면서 "국민 알권리를 무시하고 실정을 감추려는 독재를 구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남경필(南景弼) 수석원내대표도 "여당의 원내대표와 제1정조위원장이 국감장에서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스파이, 간첩행위로 모는 것은 비의회, 비이성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이것이야말로 신메카시즘이자 신공안정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음모론적 행위는 실패하고 만다"면서 윤리위 제소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종걸(李鍾杰) 수석원내부대표는 즉각 대응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이 이 문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보수층을 자극해 지지자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속셈"이라고 일축하고 "이 같은 처사는 한나라당을 낡은 정당으로 부각시킬 뿐"이라고 비꼬았다.

이 부대표는 "국가기밀의 무분별한 유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박진, 정문헌 의원을 오늘 오전중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정경훈·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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