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장이 면직의 위기에 처했다. 임명권자인 김원기 국회의장이 한 세미나에서 그가 피력한 '정부 경제정책 비판'을 문제삼아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사실상의 사퇴 강요다. 최 처장이 '자살골'은 안넣겠다 하고, 또 국회의장도 제맘대론 못자르니까 국회운영위에 면직동의를 요청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 의장의 처사는 '과잉'이다. 최 처장의 쓴소리가 여권의 눈엔 가시같았다 하더라도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앞장서 국회인사를 차버리면 국회는 왜 있는가?
본란이 걱정하는 것은 최광이라는 차관급 인사 '개인의 위기'가 아니다. 출범 1년밖에 안된 국회 예산정책처의 '위상과 기능의 위기'를 걱정함이다. 국회가 숙원사업(?)으로 예산정책처를 국회안에 어렵사리 만들었을 때는 이유가 있다. 바로 행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대한 통제기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실제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정부 부처들이 '따놓고 보자'식으로 예산을 뻥튀기 신청해 4조원이나 남겨놓은 예산실태를 밝혀내는 등 제역할을 수행했다. 문제는 앞으로 예산정책처가 예'결산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국회예결위를 통한 여야의 예산싸움에서 얼마나 중립적 조언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업무의 독립성'전문성의 과제가 남아 있고, 당연히 내부인사(人事)의 중립성이 확보가 당면과제로 대두돼 있다. 바로 여기에 국회의장의 '바람막이' 역할이 중차대한 것이다.
따라서 지난달 17일 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말로만 시장경제지 구체적으론 반(反)시장정책의 홍두"라고 비판한 최 처장의 쓴소리는 경고차원이라면 몰라도 사퇴강요는 맞지않다고 본다. 이게 어디 처음 나온 소린가. 더구나 국회의장 자신도 정치적 중립을 위해 탈당한 마당이다. 냄새를 맡건대, 여권 의장쪽의 사퇴 요구가 '박관용 야당 국회의장 시절에 임명된 최 처장이기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국회가 국회안에 예산정책처를 만든 이유에 충실하는 제1의 방법은 바로 그 조직의 독립성'중립성을 강력하게 보장해주는 것이다. 국회운영위는 김원기 국회장의 면직요구를 거절하는 것도 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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