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과 호흡하는 징병검사장 직원들

"일부의 병역 비리 때문에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비난받아서는 안되죠."

대구·경북지방병무청 소속 징병검사장의 직원들은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을 하루에 평균 191명이나 상대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올해 대구·경북의 징집 대상자에 대한 징병검사는 지난 2월2일부터 시작돼 다음달 19일 마무리된다.

현재 징병검사장에는 징병관을 포함해 징병검사팀 13명, 보건팀 4명, 징병전담의사 10명, 청원경찰 및 공익근무요원 10여명 등 총 4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징병검사는 반(反)사회성 및 정신 이상을 가진 대상자를 파악하는 인성검사, 혈액·소변을 검사하는 임상병리검사, 방사선 검사(X-RAY, CT), 내과 등 총 10개 과의 검진을 거쳐 징병관의 병역처분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명예 옴부즈만이 이를 수렴하는 절차도 밟는다.

징병검사장의 직원들은 사회적 관심을 크게 받지는 않지만 맡은 직무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없이 크다.

이들에게는 일반인들이 알기 힘든 안타까운 뒷이야기도 많다.

병리검사담당 김화영(41)씨는 "자신이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에 걸린 사실을 모른채 징병검사를 받으러온 청년이 있었다"며 "차마 본인에게는 AIDS 감염 사실을 알릴 수가 없어 함께 온 아버지에게만 알리고, 당사자는 혈우병 때문에 면제된 것으로 알고 되돌아갔다"고 했다.

병역 판정에 대한 강한 반발과 이의제기로 고민하는 직원도 있다.

재신검대상자(7급 판정) 관리담당인 정정숙(28·여)씨는 "검사대상자가 검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욕을 하거나 거칠게 반발할 때도 규정을 지키고 친절한 자세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정씨는 곧 가볍고 재미있는 얘기로 화제를 바꿨다.

정씨는 "경북 북부지역인 봉화, 영양, 문경 등 먼 곳에서 온 젊은이들이 신체검사를 받는 날에는 시골장터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내는 반면 대구에서 온 젊은이들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며 시골과 도시 젊은이들의 대조적인 신체검사 풍경을 설명해줬다.

이곳 징병검사장의 검사장비는 웬만한 종합병원 수준이다.

2000년 1월에 준공된 징병검사장은 CT촬영기와 생화학분석기, 초음파검사기, 자동검안기 등을 갖추고 있으며 건물 지하에는 징병 검사 대상자들이 대기하는 시간 동안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CCTV를 설치, 검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또 휴게실에는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컴퓨터 4대를 들여놓았다.

적성 분류 담당인 정의송(45)씨는 "첨단검사장비가 늘어남에 따라 징병검사장이 좁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징병검사의 행정업무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김진숙(45·여) 징병보좌관에게서 전체 업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4년째 병무행정을 해오고 있는 김 보좌관은 "10여년 전만 해도 전화를 받으면 '남자직원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여직원에게 친근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또 "1급에서 3급까지의 현역 판정을 받고 환호성을 지르는 청년들도 있다"며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는 청년이 적지 않았던 예전과 비교해보면 병역의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 보좌관은 징병검사 대상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며 두가지 당부도 잊지 않았다.

'기본적인 검사를 위한 준비시간이 길어 오후 검사는 점심시간이 끝난 1시가 아니라 빨라야 2시쯤 시작한다는 사실'과 '통지서에 적혀 있는 날짜에 징병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올해 징병검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19일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는 것.

한편 올해 대구·경북의 징병검사 대상인원은 3만7천여명이며 지난달까지 3만여명이 징병검사를 완료해 84.3%의 진행상황을 보이고 있다.

검사가 완료된 3만여명의 병역처분은 현역(1급∼3급)이 2만7천여명으로 전체의 91%, 4급 보충역이 1천600여명으로 5.5%, 제2국민역(5급)은 500여명으로 1.6%이며, 병역면제판정인 6급은 72명으로 전체의 0.2%에 지나지 않았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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