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훈행정에 사랑 실은 공무원

보훈가족 26년 후원 대구보훈청 김경훈계장

"이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 가족이 없었을 겁니다.

"

박정화(46·여·달서구 상인동)씨 가족에겐 대구지방보훈청 지도과 김경훈(51) 계장은 또다른 가족이다.

박씨 가족이 한창 힘든 시절 맺은 인연을 시작으로 26년 간 한결같은 사랑을 나눠주는 든든한 후원자이기 때문.

8일 오후 대구보훈병원. 병원 간호사인 박씨와 어머니 김국이(71)씨, 김 계장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서로 손을 맞잡고 있었다.

박씨는 "이번 추석 때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계장님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길이 없을까 고민하다 세상에 알리도록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날 만남의 배경을 설명했다.

어머니 김씨도 "이분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가족은 이미 살아갈 힘을 잃었을 것"이라고 감사하며 김 계장의 손을 꼭 잡았다.

이들의 만남이 시작된 것은 박씨가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1978년. 당시 박씨 아버지는 6·25전쟁 때 포탄 파편에 부상을 입어 왼쪽팔은 아예 쓰지 못하는 등 거동이 불편해 일을 못하는 처지여서 어머니가 집안살림을 도맡는 등 힘든 형편이었다.

또 그 해 아버지가 48세의 젊은 나이로 돌아가시는 불행이 겹쳤다.

이때 김 계장은 절차를 밟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쌀 한말까지 갖고 와 박씨 가족을 보듬는 등 이를 인연으로 박씨 가족에 대한 김 계장의 관심은 계속됐던 것.

박씨는 "어머니가 국토개발(지금의 공공근로)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고 어려울 때 큰 버팀목이었다"면서 "요즘도 명절 때면 서로 안부전화를 하는 등 한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계장은 "특별한 일도 아니고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오랫동안 인연을 맺다 보니 박씨가 친여동생처럼 생각된다"며 "박씨가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등 마음씨가 따뜻한 효녀이며 직장에서도 성실히 근무하는 모범 사회인"이라며 오히려 박씨를 추켜세웠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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