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문화마케팅·감성 경영이다-"고객·직원 모두 만족시켜라"

기업들이 최초의 고객이자 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직원들이나 지역민에게 문화체험, 동반스포츠 행사, 사내 이벤트 행사 등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경영진과 일반직원 간 거리감을 없애고 있다.

◇ LG 필립스 LCD 느티나무 축제

"확실히 일등합시다.

"

짙어가는 가을밤. 구미공단 LG 필립스 LCD 사원들의 기숙사가 있는 칠곡군 석적면에서 느티나무 축제가 펼쳐졌다.

중리기숙사 넓은 마당에 젊음과 회사에 대한 열정을 지닌 얼굴들이 모여들었다.

올해로 4회째인 느티나무 축제장의 무대는 대형 멀티비전으로 꾸며졌고, 주변 먹을거리 천막엔 떡볶이 등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노경협력팀을 비롯한 사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마련되고 있는 LG 필립스 LCD의 느티나무 축제의 팡파르는 오후4시 기숙사 주변 성곡저수지를 돌아오는 10km 마라톤으로 시작됐다.

손충근 지원담당(상무이사)은 "확실히 일등합시다.

노는 것도 월드 넘버원, 스트레스 해소도 월드 넘버원으로!"라며 사기를 북돋웠다.

평소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에겐 10km 마라톤이 결코 쉽지 않은데 여직원 40여명을 포함한 150여명이 도전, 모두 완주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미스LCD 선발대회'. 각 부서를 대표해서 선발된 9명이 미인대회 내내 숨겨진 '끼'를 발산, 폭소를 자아냈다.

"오늘을 위해 6년을 기다렸다"는 이민수(25·POLY TFT팀)양, "너희들 나 보러 왔지?"라고 우겨대는 우지영(20·TFT3팀)양, "미스터 LCD에 출전했느냐?는 놀림을 받았다는 박혜영(20)양까지 모두 나를 버려(?) 관중(동료직원)들을 즐겁게 했다.

미인대회 단골 미용사인 임영숙(38)씨는 "어느 미인대회 못지 않게 숨은 미인들이 많았다"고 자랑했고, 설상아(20)양은 176cm의 늘씬한 미모를 자랑했고, 정나래(19·CF145팀), 박리나(19·품질보증팀)양은 10대의 깜찍발랄한 모습을 선보였다.

입사6개월 만에 미인대회에 출전한 전선미(20)양, 드레스로 늘씬한 몸매를 뽐낸 김윤미(23·모듈생산팀)양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노사협력팀 조영호(36)과장은 "서로 미모경쟁을 하는 등 직원들의 신세대식 사고방식이 근무 분위기도 밝게 한다"고 평가했다.

LG필립스 LCD는 느티나무축제를 비롯해 다음주부터 3교대를 감안, 3차례의 체육대회를 연다.

LG 필립스 LCD 사원들의 '느티나무축제'는 고향을 떠나온 사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4년 전 첫 기숙사인 구미 임수동 '동락원'에서 시작됐다.

이듬해 직원이 늘어나 구미 동락원, 칠곡 중리, 진평, 옥계 등 기숙사가 4개로 늘어났지만 5천여명의 직원들은 중리기숙사로 뭉쳐서 행사를 펼치고 있다.

◇대구은행의 문화마케팅

올해로 창립 37주년을 맞은 대구은행의 문화마케팅, 스포츠 마케팅은 이제 어지간한 고객들은 다 알고 있다.

이미 지난해 대구전시컨벤션센터 야외 에어돔무대에서 열린 뮤지컬 캣츠에 단골들을 초청한 데 이어, 2002년에는 영국 런던을 놀라게 한 한국뮤지컬 명성황후에 고객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올해는 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 불우 이웃 2천명을 포함, 일반 시민과 고객 2만여명을 무료 입장시킨다.

종전 그릇이나 소소한 생활용품 위주로 대고객 서비스를 하던 관행에서 문화적인 욕구나 스포츠마인드를 활용하는 마케팅으로 확산, 지역밀착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올해의 경우 대구FC가 대구시민 구단인 점을 고려했다.

대구백화점도 지난해부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제휴해 매년 하루 시민과 고객들을 초청, 대구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를 무료 관람케 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가족음악회

신한은행이 지난 7일 대구·경북 우수 고객을 초청해서 엑스코 5층 컨벤션홀에서 연 가족음악회에는 부모와 자녀, 부부 등 2천여명이 참석, 대단한 열기 속에 진행됐다.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우리 귀에 익숙한 영화음악을 연주했고, 지역출신 성악가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테너 임웅균, 아줌마부대를 영원한 팬으로 거느리고 있는 가수 이문세, 언제나 푸근하고 착한 마음을 전달하는 유리상자 등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췄다.

신한은행 가족음악회에 참석한 고객들은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더 자주 이런 기회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음악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장미꽃을 선사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신한은행은 지금까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음악회 등 문화행사를 마련, 지방의 우수 고객들을 초청하기도 했으나 지방의 우수 고객들이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불편해 하자 올해부터 대구와 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서 대규모 음악회를 마련하게 됐다.

신한은행은 최근 씨티은행이 한미은행과 합병, 11월부터 씨티은행 통합 브랜드로 출범, 지방에서 영업을 확대하게 되자 '프라이비트 뱅킹(Private Banking)' 시장 경쟁력 차원에서 지방 고객에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KT 대구본부의 감성경영

KT대구본부 김덕겸 본부장과 사업지원국 팀장급(과장) 20여 명은 지난 5일 오후 대구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대 두산'전을 관람하며, 목청껏 응원을 펼쳤다.

오는 12일과 14일 저녁에도 지역 CEO(최고경영자)인 본부장과 대리급 현장 직원들 간의 '족구대회' 및 '영화관람' 일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지난 4월과 9월에는 지사장 및 부장급 간부들이 부부동반으로 뮤지컬 '캣츠'와 '정트리오' 공연을 함께 즐기기도 했다.

서정호 경영지원국장(상무대우)은 올 3월부터 월 1회씩 새로운 '문화체험' 을 통해 현장 직원들과 만남의 장을 갖고 있다.

지난달 청도 숯가마 체험은 오붓한 분위기 탓에 금세 가족적 분위기로 바뀌어 직장에서 좀처럼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한 번 더 가자"는 의견이 오히려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KT대구본부의 이러한 감성경영은 위기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기간통신망 사업자로 승승장구해왔던 KT대구본부는 지난 2002년 1조27억원의 매출을 정점으로 2003년에는 9천935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매출목표도 1조4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전통의 유선전화 부문에서 적자가 누적된 데다, 그동안 성장동력 역할을 했던 초고속인터넷 시장까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게다가 대구·경북 지역 경기침체의 장기화는 KT대구본부에 최대 위협요인으로 부상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해법은 우리 직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직원은 경영자의 입장에서, 경영자는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서로 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면, 바로 그것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됩니다.

"

김덕겸 KT대구본부장이 올해 초 본부 직원과 현장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마케팅전략연구회'를 구성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지속적인 감성프로젝트는 바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의지와 노력의 실현과정인 셈이다.

김지석·석민·이홍섭 기자사진: 구미공단 LG필립스LCD 느티나무 축제 미인대회에 참가한 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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