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갓날 갓적 하늘땅이 열릴 적에 나무접시 소년 적에 동방구리 영감 적에, 그 때는 토끼 꼬리가 호랑이 꼬리만큼 길었단다.
하루는 산 속에 사는 호랑이 한 마리가 사냥을 하러 나섰더래.
'배가 고픈데 뭐 잡아먹을 것이 없나?'
하고 어슬렁어슬렁 산 위로 올라가다 보니까, 저 멀리 너럭바위에 무엇이 달랑 올라앉아서 냅다 고함을 지르는데,
"네 이놈 호랑아, 잘 왔다.
안 그래도 호랑이 가죽이 아쉽더니 마침 잘 됐다.
올라오기만 하면 네 가죽을 벗겨먹을 테다.
"
이러거든. 그게 겁없는 여우란 놈이 장난삼아 그러는 거지마는, 아 이 숙맥 같은 호랑이가 그 고함소리를 듣고 그만 덜컥 겁을 먹었네. 저것이 뭔지 모르지마는 저렇게 큰소리를 뻥뻥 쳐대는 걸 보니 사나워도 예사로 사나운 놈이 아닐 것 같단 말이야. 그래서 그만 간이 콩알만해져 가지고 꽁무니가 빠져라고 산 아래로 내뺐지.
내빼다가 골짜기에서 토끼를 만났어.
"아니 호랑이 아저씨. 그리 바삐 어디를 가십니까?"
"말도 마라. 저 위에서 웬놈이 내 가죽을 벗겨먹으려고 해서 그냥 정신 없이 내빼는 중이다.
"
토끼가 높은 데 올라가서 까치발을 들고 건너다보니, 너럭바위에 올라앉은 놈이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조그마한 여우거든.
"에이 호랑이 아저씨도 참, 겨우 여우란 놈의 헛소리에 놀라 도망을 가요?"
"모르는 소리 마라. 얼마나 사납게 고함을 지르는지, 네가 들었으면 혼이 빠져서 고꾸라졌을 거다.
"
"여우한테 속은 거래도 그러시네. 정 못 믿겠으면 나하고 같이 올라가 봅시다.
"
그래서 호랑이와 토끼가 함께 다시 산 위로 올라가 보기로 했어. 그런데 호랑이는 막상 다시 올라가려니까 겁이 나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정말로 그놈이 가죽을 벗겨먹으면 어쩔 테야? 그래서 한 걸음 가다 서고 두 걸음 가다 서고 하니까 토끼가 보다 못해,
"그렇게 겁이 나면 나하고 꼬리를 아주 붙들어매 가지고 올라갑시다.
"
해서 토끼하고 꼬리를 붙들어맸어. 둘이서 꼬리를 한데 묶어 가지고 살금살금 올라가는 판인데, 아닌게아니라 저 멀리 너럭바위에 아까 그놈이 앉아 있다가 또 냅다 고함을 지르거든.
"네 이놈 토끼야, 죽은 호랑이 가죽을 바치라 했더니 산 호랑이를 잡아 왔느냐?"
그 소리에 그만 호랑이가 깜짝 놀라 혼이 다 빠져버렸어. 그래서 앞도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허둥지둥 달아났어. 토끼하고 꼬리를 묶어 놓은 것도 잊어버리고 마구 내빼는 거지. 그러니까 어떻게 되겠어? 호랑이 꼬리에 토끼가 거꾸로 달려서 끌려가는 판이야.
가다가 가다가 토끼가 그만 나뭇가지 사이에 딱 걸렸어. 호랑이는 그것도 모르고 냅다 달리느라고 용을 쓰고, 토끼는 나뭇가지 사이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고, 그러니 어떻게 되겠어? 꼬리 묶어 놓은 것이 그만 툭 끊어졌지. 그런데 토끼 꼬리 쪽이 끊어져서 호랑이 꼬리에 매달렸어. 그래서 그 때부터 토끼 꼬리는 깡똥하니 짧아졌고, 호랑이 꼬리는 토끼 꼬리까지 보태서 불쑥 길어졌단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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