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터넷, 네트워크로 상징되는 '사이버'가 기업의 문화와 환경을 소리없이 바꾸고 있다. 편의와 속도를 따지는 젊은 층은 일일이 업무현장을 찾기보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카드로 원거리에서 혹은 집이나 직장에서 '리모트 결제' 하기를 좋아하고, 인터넷에 숨어서 익명으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기를 즐긴다.
반면 중장년층 소비자는 기업문화나 가치관, 투자에서 소외당하거나 정보화 세상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시장진입과 신사업 진출, 새로운 고객확보와 서비스 경쟁에서 '사이버 파워', 산업계 전부문의 인터넷 바람(風)을 거스를 수 없어 대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이버가 몰고온, 기업의 사이버 문화 그 현장을 업종별로 점검한다. 지난 7월초 대구은행이 '어르신 통장'을 만들어 은행가에서 잠시 화제가 됐다.
은행에 오지 않아도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들이 많은 반면 인터넷뱅킹을 하지 못하는 노인층 고객들은 일일이 은행에 와야 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금리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 젊은 층 모바일뱅킹 선호
정보통신, 사이버세상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금융 서비스 이용 방법이 날로 편해지고 있다.
최근엔 휴대전화로 각종 금융, 결제 서비스가 가능한 모바일뱅킹이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로 등장, 고객들을 더욱 편리하게 하고 있다.
'정보 지체'를 겪는 이들은 이처럼 빠른 변화에 적응을 못해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전산화, 기계화, 정보통신화의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금융 산업은 변화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버스를 타거나 물건을 살 때 결제하기 위해 카드나 통장을 따로 낼 필요 없이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를 갖다대기만 하면 되니 정말 편해요." "종전에는 인터넷 뱅킹을 주로 했는데. 이제는 컴퓨터를 켤 필요조차 없는 모바일 뱅킹 애호자가 됐어요. "
◆ 급격하게 달라지는 창구 풍경
'효율성'과 '속도'로 특징지워지는 금융 시스템의 발전에는 금융 종사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으며 금융가의 풍경을 크게 바꿔놓았다.
은행의 전산시스템은 67년 처음 시작돼 70년대 중반까지 은행원의 월급을 전산 시스템으로 지급하는 내부 응용 단계에 머물렀다.
70년대 후반부터 은행별로 전산센터를 설치,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이 무렵부터 은행원의 상징인 주산이 점차 사라져갔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은행 지점의 직원 수는 30~50명 정도로 돈 세는 일이나 당좌수표와 어음 결제가 주업무인 직원들이 6,7명씩 있었다.
이때부터 온라인이 가동됐지만 고객의 정보를 일일이 집어넣는 데 손이 많이 가고 부분적으로만 가동, 90년대초 온라인망이 통합될 때까지 효율성이 크게 발휘되지는 못했다.
◆ 고객 1인당 업무처리 시간 10분의 1로 줄어
80년대까지만 해도 고객이 예금하러 올 경우 돈을 손으로 세고 전표를 작성하고 수납장부에 기록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고객 1인당 20~30분의 시간을 소요하기 일쑤였고 월말에 거래 기업 직원이 찾아와 수십 장의 전표를 일일이 확인해 돈을 입출금하는 데에 1시간을 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렇듯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데 수작업으로 일일이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직원 수도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보통예금 전산 프로그램, 정기적금 전산 프로그램 등 개별적인 형태의 전산 프로그램이 도입돼 발전의 싹을 틔웠다.
'지폐 계수기'도 확산돼 기계가 돈을 세는 동안 은행원은 다른 업무를 볼 수 있었다.
90년대 들어 온라인 망이 통합되는 등 전산 시스템이 한 단계 더 발달되자 '효율성'이 높아지고 업무 처리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됐다.
돈 세는 일만 전문적으로 하던 직원이 없어지는 등 직원 수가 20~30명대로 줄어들었다.
예금.대출 거래 조회, 계좌간 자금 이체, 무전표 거래가 시작됐고 현금자동입출금기가 가동되는 등 은행원들과 고객 모두 편리하게 되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 접어들면서 폰뱅킹,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이 시작되고 전산시스템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 지점 직원 수도 13~15명으로 줄어 들었다가 현재는 10명선으로 한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 점포당 직원수도 대폭 격감
10~20년 전 3~5명의 직원이 하던 일을 지금은 1명의 직원이 하게 됐다.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금융업은 다른 업종 보다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은행원들은 전문성을 보완, 살아남기 위해 예전보다 더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승진을 앞두고 승진시험 공부하는 것이 전부였으나 요즘에는 주5일제라 하더라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자산관리 교육 등을 받는가 하면 평일에도 개별적으로 영어, 중국어 학원을 다니는 등 자기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매월 30~50만원 이상씩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은행원들이 적지 않다.
30년 가까이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는 "온라인 초기 시절 고객 정보를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느라 밤 늦게까지 매달리는 등 고달팠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요즘에는 자기 관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느라 고달프다"고 말했다.
◆ 첨단 전사시스템, 투자만큼 효과있나
최근에는 은행 지점에서 고객 정보만 입력하고 서류 처리, 정보 확인 등은 본점에서 통합하는 등 효율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점에서 서류 처리 시간 등을 줄이고 고객 상담 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는 돈 많은 우량 고객 위주로 고객 접촉을 효율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폭넓은 고객 층과의 접촉을 줄이는 맹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또 수십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산시스템을 도입하지만 도입에만 치중한 나머지 이를 활용하는 노하우는 부족, 비용 낭비적 요소를 안고 있다.
금융산업은 앞으로도 더욱 놀라운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일정한 공간 내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하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이 금융산업과 결합되면 고객이 집에서 모니터를 통해 계좌 이체, 세무법률 상담 서비스, 자산운용 서비스 등 모든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구은행 경제연구소의 부기덕 연구원은 최근 일본경영학회가 주최한 학술행사에참석, '유비쿼터스가 결합된 금융산업의 전망'이라는 주제를 발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부 연구원은 "유비쿼터스 시스템이 금융산업과 결합하면 은행 지점의 직원 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업 종사자들은 끊임없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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