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교 등급제 파장>갈수록 커지는 의혹

수시 2학기 모집에도 적용 가능성 높아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파문이 갈수록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시2학기 모집에서도 고교등급제가 적용됐다는 주장과 함께 전교조가 본고사 형태로 논술·면접 시험을 치른 대학들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는 등 후속 파장이 일고 있다.

여기에 교육부가 내신 위주로 신입생을 뽑도록 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여 논란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수시2학기에도 적용했나

연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가 올 1학기 수시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전형에 반영한 것으로 확인된 이후 수험생과 학부모, 고교 관계자들은 현재 진행중인 2학기 수시모집에도 등급제가 적용됐을지 관심을 쏟고 있다.

1학기 수시모집에 비해 8배 가까운 16만1천560명(전체 정원의 40.8%)을 선발할 예정인 데다 수능 성적을 최저학력기준으로 반영한다는 점이 다를 뿐 전형의 골격은 1학기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

그러나 각 대학은 논술과 심층면접, 추천서 등 전형자료의 반영비율을 공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부와 수능성적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자료의 구체적인 반영방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의 전형 원칙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각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어떤 원칙을 적용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경우 대부분 2학기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상태이며, 이화여대는 6일 서류전형 합격자를 이미 발표했고 연세대는 오는 13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입시 관계자들은 시기적으로 봤을 때 일부 대학은 이미 1학기 수시모집에서처럼 고교등급제 형태의 기준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대학 관계자는 "합격자를 발표한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이번 논란으로 수시전형 자체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부의 뚜렷한 방침이 나오지 않는다면 종전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논술·면접 비중 높아지나

일부 대학이 서류전형에서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며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논술·면접 시험의 비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시2학기 모집에서 주요 대학들은 다단계 전형을 실시, 1단계 학생에서 학생부 성적으로 모집인원의 2,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 심층면접과 논술 등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그러나 학생부와 수능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자료는 객관적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고교등급제 논란까지 겹쳐 면접과 논술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과거의 '본고사'식 시험이 재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각 대학들도 논술이나 면접 등의 점수가 전체 전형자료에서 반영 비율이 얼마인지는 밝히고 있지만 이들 자료의 최고점과 최저점 등 구체적인 반영방법은 언급하지 않아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교조는 일부 대학이 논술·면접 등 대학별 시험을 과거의 '문제풀이식 본고사' 형태로 치른 사례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은 현행 전형제도 테두리 내에서 논술과 면접 시험의 변별력을 최대한 높여 '학력우수 학생 선발'이라는 재량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선해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이라며 "내신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현행 제도 하에서는 심층면접이나 논술을 강화하는 방법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2008 대입개선안 어찌되나

교육부는 고교등급제 논란이 마무리됐다고 보고 이르면 오는 15일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을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고교간 격차를 수시 1학기 전형에 반영한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3개 대를 제재하기로 했고 고교등급제 금지를 위한 제도개선안까지 마련했으며, 특히 내달 초부터 특목고 등 고교 입학전형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가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능 및 학생부 성적을 각각 9등급으로 표기해 내신 위주 전형을 유도하는 새 대입제도 개선안이 고교 내신성적 부풀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대학이 수능 영역별 9등급과 함께 내신성적을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다양한 전형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간 학력격차를 줄이고 대학이 고교별로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전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평준화제도를 보완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대입제도 개선안은 우선 중학교부터 '교사별 평가'를 도입, 운영하는 방안 등도 새로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교조 등 학부모·시민단체는 입시안 발표 일정을 중단하고 범국민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원점부터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석수 교육부 학사지원과장은 이에 대해 "입시제도를 늦추면 늦출수록 내신 부풀리기를 그만큼 더 하자는 논리"라며 "수능 폐지나 6등급제 주장도 현실성과 변별력을 감안하면 당분간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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