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40대 부인이 찾아왔다.
1년 전부터 할아버지 신이 몸속에 들어와 말을 걸고, 산으로 가라고 하는 등 행동을 지시한다고 했다.
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내림굿을 받았지만 효험이 없고, 목돈을 들여 조상 천도식도 하고, 법당도 차리고 했지만 호전이 없었다.
부인은 자기에게 붙은 귀신이 가족을 해치지나 않을까 걱정되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것이다.
요즘 귀신이나 신명을 주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귀신이 산다'라는 영화를 잠시 소개한다.
셋방살이 설움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 박필기는 마침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
그러나 입주 첫날부터 집안의 식칼과 소파 등 가재도구가 날아다니며 필기를 공격해대는 것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맞다.
귀신의 소행이었다.
귀신은 연화라는 여자였다.
귀신 연화는 이 집을 지켜야할 사연이 있다.
연화는 신혼여행길에 교통사고로 즉사하고, 남편은 중환자실에 '무명 남'으로 입원한다.
연화는 단 한번만이라도 남편을 만나고 싶다며 집 귀신이 되어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애절한 망부가나, 대물림하던 셋방 설움이나 둘 다 이해할 만한데, 누가 집주인이 되어야 할까.
둘의 대립은 극단적으로 흐르는 듯했다.
이때 귀신을 잘 다루는 필기의 직장 상사의 중재로 귀신과 인간은 대화를 시작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연화의 처지를 가엾게 여긴 필기는 그녀의 남편을 찾아준다.
마침내 연화는 남편을 만나 함께 편안히 사후 세계로 떠난다.
한편 필기는 이집을 철거하려는 악덕 부동산 업자의 협박을 받게 되나, 온갖 귀신들이 몰려와서 필기를 도와준다.
귀신과 인간의 집지키기 게임은 '윈-윈' 으로 끝난다.
귀신이란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진 주체라고 믿어지는 대상을 이르는 말이다.
귀신은 한국인의 의식의 심층에 간직된 신화적 원형으로, 신비한 힘으로 인간의 길흉사를 조절한다고 믿었다.
귀신은 좁은 의미로는 죽은 사람의 혼을 지칭한다.
분명한 유대감을 가지고 충족한 삶을 살다간 죽음을 호상(好喪)이라고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 원귀가 되어 구천을 떠돈다고 생각했다.
귀신 연화는 불행하게 죽은 원귀인 셈인데,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원한을 풀 수 있었다.
위의 부인의 경우는 신명과 관련된 망상을 지닌 정신병적 장애라고 할 수 있겠다.
특정한 문화의 영향으로, 망상과 정신병적 상태가 발생한 경우를 '문화관련 정신병적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으로 '무병'이 여기에 속한다.
무병인지, 정신병적 장애인지, 성격장애에 포함된 일과성 경험인지, 스트레스성 신경증인지 전문가의 상담부터 받아 보는 게 효율적일 것 같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초월적인 요소에 의지하기 쉽다.
혹시 조상신이 노여워해서가 아닐까 해서 빚을 내서라도 죽은 조상의 옷과 음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며 위안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현실적인 인식과, 대화를 통한 가족 간의 사랑과 믿음의 확인이 고단한 세월을 이겨내는 든든한 방법이 아닐까.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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