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계, '고교등급제' 놓고 이전투구 양상

전교조·학부모단체 "반성은커녕 변명 일관" 해당 대학들 "학생선발 자율권

'고교등급제'로 촉발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학부모 단체와 해당 대학들의 갈등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전교조가 "상당수 대학의 심층면접과 논술이 정상적인 학교 교육으로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고 결국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본고사' 수준"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대학은 "'뻥튀기' 내신의 실태를 공개하겠다"고 반격하고 있는 것.

이처럼 현행 대입제도의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교육주체간 신뢰 회복에 앞서 '3불(不) 원칙'의 법제화 및 제재 수위 강화, 교사평가제 도입 등 제어장치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학-전교조, 전면전 나서 = 서울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이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결의하고 대학총장이 자율권을 강조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는 등 공세로 돌아섰다.

서울대 등 서울지역 10여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10일 밤 회동해 고교별 내신과 수능성적 등 자료를 종합해 내신성적 부풀리기 실상과 고교 간 학력차의 실태를 공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내신과 자기소개서 등으로 선발하는 현행 수시전형은 학생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으며 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는 12일 "고려대 등 서울시내 5개 대학이 수시1학기 전형에서 논술·심층면접을 사실상의 본고사로 실시했다"고 맞받아쳤다.

정상수업만으로는 치르기 힘든 문제가 출제돼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이중부담이 된다는 것.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도 대입제도, 사립학교법 개정 등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해 윤종건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3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종합대책 필요 목소리 커져 = 학생들을 위해 서로 신뢰해야 할 대상이 이처럼 급속히 적대관계에 빠져드는 데다 현행 대입제도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이번 파문의 근본 원인이 절대평가에 따른 내신 부풀리기 등 입시자료의 신뢰성에 있는 만큼 교육당국이 양측을 제어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학생부 교과성적에 '원점수+석차등급 표기제'를 시행하고 원점수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함께 제공하는 등 상대평가 개념을 도입해 점수 부풀리기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2006~2007학년도 입시까지 감안하면 당장 내년부터라도 점수를 부풀리는 교사나 고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금지 등 소위 '3불(不) 원칙'을 법제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행·재정 제재 수위를 강화하되 고교 간 교육프로그램 차이 등을 전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자료는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계에서 쉬쉬하던 해묵은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만큼 대책 마련이 더 쉬울 수도 있다"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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