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고교 성적 강남보다 좋다

대구의 50여개 일반계 고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서울 강남지역 고교에 못지않은 학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여개 고교는 강남 상위권 고교 이상의 성적을 보여 수도권 대학들의 강남 위주 고교등급제가 지역 고교에 불리하게 작용했음이 확인됐다.

이는 매일신문 교육팀이 지난 3월과 8월 치러진 전국 모의고사 성적을 입수해 고교별로 분석한 결과 밝혀진 것이다.

전국 31만여 명의 수험생이 응시한 지난 3월 모의고사의 경우 강남 한 고교의 인문계열 평균 점수는 191.3점으로 대구의 응시 고교 51개 가운데 42위 수준이었다.

대구의 14개 고교는 이보다 평균 점수가 20점 이상 높은 강남의 한 상위권 고교보다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8월 모의고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강남의 2개 고교 자연계열 평균이 각각 198.2점, 205.2점인 데 비해 대구의 응시 고교 48개 가운데 26개 고교가 평균 200점 이상이었다.

상위권 대학 합격자 수를 가늠할 수 있는 상위 30% 학생의 평균도 강남의 2개 고교에 비해 대구의 인문계열 30개, 자연계열 12개 고교가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강남의 중·상위권으로 알려진 2개교와 대구에서 10위(A, C고), 12위(B, D고)인 4개교의 성적을 맞비교한 결과 학력 차이가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표 참고) 인문계의 경우 대구A고는 강남A고에 비해 전체 평균이 26.9점, 상위 30% 평균이 15.7점 높았다.

또 응시 인원이 19명 적은데도 상위 점수별 누적 인원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계의 경우 평균 점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상위권 수험생은 대구의 고교가 훨씬 많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구의 한 고3 담당 교사는 "서울 강남지역 고교의 평균 성적이 그 정도라면 특별히 우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교육부는 이번 기회에 고교등급제를 완전히 막을 방법을 내놓든가, 학교별 학력 차이를 공개하든가 명확한 방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보다 성적이 더 나은 경북의 일부 비평준화 고교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지역간·학교간 학력 격차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대입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항의 한 고교 교사는 "경북의 고교 10여개는 전국 상위 100위 안에 들 정도이고 몇몇 학교는 특목고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입시에서는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다"며 "교육부가 전국의 학교별 학력을 평가해 이를 공정하게 입시에 반영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학력이 뛰어난 학교를 우대하는 것보다 뒤떨어진 학교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더 급하다"며 "교육 여건 개선, 우수 교사 배치 등 단기적 방안과 함께 학교 특성화 같은 중·장기적 육성책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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