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구시립오페라단

성악곡을 애호하는 필자에게 봄·가을에 열리는 대구시립오페라단 공연은 의과대학 시절 가든파티처럼 가슴 설레는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대구시립오페라단은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열렬한 성원과 초대 김완준 감독의 불굴의 의지, 대구시의 과감한 결단으로 탄생됐다고 생각한다.

박성완이 지휘하고 신권자·최윤희·박세원·신동호·박영국 등 국내외 유명 성악가들이 출연한 1992년 10월 창단 공연 '춘희'를 벅찬 감동으로 객석에서 지켜본 기억이 새롭다.

가장 인상에 남는 공연은 1998년 9월 19일 불국사 경내 야외 무대에서 열린 장일남의 '원효'다.

개막 전까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어서 순조로운 진행이 걱정스러웠다.

"원효대사께서 지켜보시기 때문에 오늘 공연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김완준 감독의 인사말이 끝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환상적인 조명을 받은 청운교, 백운교와 노송을 배경으로 열린 이날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야외 오페라의 진수를 만끽하게 했다.

지휘자 중에서는 '루치아'(4회 정기공연), '일 트로바트레'(6회), '돈 지오반니'(8회)를 지휘한 안드레이 스트라진스키의 능력이 탁월했다.

시종 가사를 노래하면서 손끝으로 교향악단을, 눈빛으로 성악가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또한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10회)를 연출한 이보 구에라의 파격적인 연출에서 그의 천재성을 보았다.

많은 성악가들의 음악적 성취와 단원들의 헌신으로 시민의 자부심이 된 대구시립오페라단은 2003년 11월부터 김희윤 감독의 취임과 더불어 새로운 도약을 모색 중이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달 14일부터 16일까지는 비제의 '카르멘'을 공연할 예정이다.

연인·가족과 함께 대구오페라 하우스를 찾아 사랑과 배신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찬 '카르멘'의 매력에 빠져 보기를 권유한다.

김일봉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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