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잣대는 △우리 말을 할 줄 아느냐 △김치를 잘 먹느냐 △국악을 들으면 흥겨워 하느냐를 따져보면 된다고 주장한 학자가 있었다. 이 학자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 테스트 가운데 두 가지는 무난히 통과하지만 국내 음악교육이 너무 서구화 된 탓에 국악을 들어도 흥겨워하지 않는 학생이 대다수인 것이 문제라고 개탄했다. 테스트 항목에 된장을 넣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어떻든 김치는 우리 고유의 음식이고, 우리가 그 종주국임에 틀림없다.
◇한국 김치의 종주국 자리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KOTR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김치 최대 수출시장인 일본에서 중국 김치가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김치가 일본 시장에서 판을 치면서 중국산 김치 수입이 올들어 30% 이상 급증해 61억6천만엔을 기록, 59억2천만엔의 한국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중국산 김치가 종주국 한국 본토시장을 넘본지도 이미 오래됐다. 올들어 1~8월 중국 김치 수입량은 3만5천976t으로 작년 수입량 2만8천707t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지난 8월에는 고랭지 배추의 작황 부진으로 국내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매달 4천t 규모의 김치 수입이 1만여t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농촌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0쯤이면 중국 김치 수입은 연간 5만여t으로 늘어나 배추 재배 면적도 30%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WTO 자유무역체제 하에서 값싼 상품이 대접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WTO 자유무역체제 아래서 비교 우위 경쟁을 죽자살자 벌이는 마당에 값싼 상품이 이 나라 저 나라로 옮겨가는 현실을 막을 방도가 없다. 하지만 다른 상품은 몰라도 우리의 전통 식품인 김치의 세계시장이 다른 나라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여간 속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전통의 힘'에 의지하는 길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수백년 앞서 김치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그 만큼 노하우가 많다. 이 노하우를 활용해 중국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맛좋은 김치를 세계시장에 내놓아 돈 많이 받고 팔자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전통문화의 힘이다. 김치 연구가들의 분발이 촉구된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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