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홍섭기자의 고속도로순찰대 24시 체험

짙은 검정색 제복, 맥아더형 검정 선글라스, 허리에 권총, 길쭉한 승마장화…. 외국영화에서 마주치는 교통경찰의 멋진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 고속도로순찰대원들은 다르다.

코발트색 제복, 겸손한 몸짓과 말투 등 친절한 경찰상으로 변했다.

업무도 단속보다는 사고예방 차원의 순찰근무 위주다.

주요 임무는 고속도로상의 사고예방과 원활한 소통, 그리고 안전운행을 위한 가이드 역할이다.

그러나 난폭운전 등 원활한 소통을 방해하거나 비양심적인 운전자들에게는 여지없이 스티커를 빼든다.

대구·경북지역 고속도로를 담당하는 고속도로 순찰대 3지구대원들의 하루는 오전8시40분 시작된다.

근무 대원들이 모두 왜관 톨게이트 앞 사무실에 모였다.

조회의 내용은 '사망사고 예방주력'이다.

사고예방은 순찰대가 해야할 주요 임무이지만 거의 매일 양성규(49) 대장의 훈시에서 빠지지않는 고정메뉴다.

요즘 강조 사항은 가을행락철 관광버스 가무행위 집중 단속과 수학여행단 교통안내다.

근무 조원들이 오늘 자기구역에 지나가는 수학여행단 명단을 배부받은 뒤 현장으로 출발한다.

양 대장은 흩어지는 대원들에게 다시 강조한다.

"대민친절봉사, 잊지말도록…"

◇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되다.

오후 3시. 칠곡군 왜관읍 왜관 톨게이트에 위치한 고속순찰대 3지구대 사무실에서 순찰대원 복장으로 갈아 입었다.

밤근무 교대시간까지 순찰차에 동승할 계획이다.

흰 장갑까지 복장을 완전히 갖추니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됐음을 실감한다.

완벽한 근무를 위해 지구대 사무실 앞에서 이동열(36)경장으로부터 위반차량 단속방법을 교육받았다.

"인사는 정중하게 하고, 위반한 법규를 또박또박 알아듣기 쉽게 말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권위적이어서는 안되고…" 수십번 거수 경례와 차량 정차시키는 동작을 연습했다.

마치 군에 갓 입대한 훈련병이 제식훈련하듯이 반복했다.

첫 임무로 때마침 왜관IC에서 실시하고 있는 과적차량 단속에 투입됐다.

과적차량 단속은 김기성 경장(38), 윤갑수(29)순경, 정기태(28)순경과 함께 팀을 이뤘다.

왜관TG 앞에는 벌써 여러 대의 과적 화물차량들이 붙잡혀있다.

대부분이 모래와 자갈을 실은 골재 차량들이다.

김 경장은 "왜관, 성주 방면에서 대구 등으로 통행하는 골재차량들은 왜관톨게이트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나 이 구간에 과적검문소가 없어 톨게이트에서 과적단속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운전자들과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뒤이어 도착한 차량이 슬금슬금 톨게이트를 빠져 나간다.

"어, 도망간다.

잡아라." 뒤따라 가자, 멈칫멈칫하며 정차할 듯 하던 차량은 그대로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버렸다.

첫 근무부터 실수다.

◇본연의 임무, 순찰근무 시작하다.

오후3시30분 북대구 톨게이트에서 순찰차 330호를 만났다.

차종은 미국에서 수입한 '토러스' 3000cc다.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도망치는 뺑소니 차량을 발견하면 확실히 단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량 성능이 좋아 웬만한 차량들은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순찰근무의 파트너는 유대상(35)경사와 오영호(34)경장이다.

김천출신인 유 경사는 1995년에 경찰에 입문, 작년5월부터 3지구대 대원이 됐다.

두자녀의 아빠다.

오 경장은 결혼1년차의 새신랑 순찰대원이다.

이제 9개월된 아들을 두고 있다.

"근무가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오경장은 "처음엔 적응이 안돼 고생했지만 3개월쯤 지나니 괜찮다"고 했다.

다만 근무시간이 워낙 불규칙해 가족들과 생활패턴이 다른 것이 다소 불편하다고 한다.

우리 조의 근무구간은 3지구대 중 집중 순찰지구인 경부고속도로 동대구~영천간이다.

부산기점 97km~122km 구간. 유경사는 "다른구간에 비해 다소 짧지만 요즘 이 구간은 고순대 3지구대 관할구간 중 가장 취약구간"이라고 밝혔다.

편도 3차로로 확장공사 중이어서 노폭이 좁고 갓길조차 없어 사고위험이 도사린 구간이다.

사고발생시 금방 체증이 유발되지만 긴급 대처할 방법도 없다.

주요임무는 사고차량이나 고장차량이 발생하면 재빨리 현장조사후 고속도로상의 차량정체를 해소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순찰차 운전은 오 경장이 담당한다.

순찰차를 타면 일단 교통방송부터 켠다.

고속도로의 상황들을 실시간으로 방송해주기 때문이다.

무전기에서는 종종 다른 근무조들의 상황이 들려온다.

대구·경북지역의 고속도로 상에는 3지구대 순찰차량 9대가 24시간 쉴틈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고발생은 요즘이 가장 취약시기다.

봄·가을 행락철에 교통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동대구~영천구간을 세차례나 순찰할 동안 예상외로 교통흐름이 평온하다.

유경사와 함께 PDA를 꺼내 앞서가는 차량들의 차적조회를 해본다.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수배차량, 세금 체납 등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스티커 발부도 가능하다.

순찰차에는 이동식 무인카메라, 음주측정기, 무전기, 권총, 소화기, 삼각대, 유도봉, 신호탄 등 각종 장비가 빼곡하다.

교통량이 급증하는 퇴근시간 전에 저녁식사부터 해야한다.

경산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고 차 한잔을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대원들은 보통 하루 300∼400km 이상을 순찰한다.

근무 구간이 넓은 곳은 500km도 넘는다.

식사는 대부분 휴게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잠깐씩 갖는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하루종일 차안에서 지낸다.

낮근무와 밤근무는 근무조건이 천양지차다.

낮에는 시야도 좋고 대부분 운전자들이 안전운행을 하지만 밤이 되면 상황이 돌변한다.

어둠이 깔리면서 유 경사와 오 경장은 야광벨트를 착용한다.

오경장은 "운전자들이 예상외로 고속도로 운행상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일침을 놓는다.

사고가 발생한 뒤 위험한 고속도로 상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경우가 많아 후속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있다는 것. 오 경장은 "사고처리를 위해 고속도로에 내려서면 공포감이 몰려온다"고 고백한다.

빠르게 질주하는 차량들이 로켓포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고속도로에서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고순대원들은 경고했다.

유경사는 고속도로상 안전운행의 요령을 알려주었다.

"고속도로에서의 주요 사고원인은 과속입니다.

과속만 하지 않는다면 사고위험은 거의 없고 사고가 발생해도 부상정도가 경미합니다.

" 특히 고속도로 사고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오는 날이면 평소의 80%로 속도를 줄여야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같은 원칙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특히 추월할 때가 아니면 1차로 주행은 사고 위험이 높다.

중앙선 너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상황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사고유형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속성은 동시다발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평온한 날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했다하면 이구간 저구간 연속해서 터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대원들은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근무해도 사고발생은 어쩔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 열심히 근무하면 사고는 예방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최근 양성규 대장이 부임한 뒤 3교대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근무여건이 훨씬 좋아졌다

종전엔 24시간 근무뒤 24시간 휴식으로 맞교대 형태였으나 이젠 12시간 근무 뒤 24시간 휴식이다.

맞교대할 때는 아침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꼬박 하룻동안 근무하고 나면 거의 녹초가 된다.

자정을 넘기면 순찰할 기력도 없었다는 것.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12시간 근무하면 다음날 하루종일 휴식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근무가 끝날쯤엔 친구들과 술 약속을 잡기도 한다.

그러나 이 근무조건이 다시 열악해질 전망이다.

올해 말이면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중부내륙고속도로도 현재 개통된 김천분기점~북상주 구간에서 충북도계까지 연장된다.

또한 현풍~김천분기점 구간도 2006년말 완공 예정이다.

유 경사와 오 경장은 "현재 공사 중인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현재의 인원과 장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인력과 장비가 보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 교통사고 이상 무!

퇴근시간대의 체증이 모두 소통되면 한시름 놓을 수 있다.

오후6~8시 사이 퇴근시간대가 지나면 한숨을 돌리고 밤9시가 가까워지면서 교대준비를 한다.

후속 근무조는 351호 정문용 경사와 김영만 경장이다.

마지막 순찰을 돈 뒤 지구대로 귀환했다.

근무 일지에 '교통사고 없음, 단속건수 없음'이라고 작성한 뒤 강용규 부대장에게 결재를 올렸다.

지구대를 나서자 유 경사가 인사말을 건넨다.

"오늘은 이 차장이 순찰을 나선 탓인지 정말 평온한 하루였네요. 종종 함께 근무해야겠습니다.

"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고속도로순찰대 3지구대 현황

대구·경북지역의 고속도로는 고속도로순찰대 3지구대가 관할한다.

지난1969년 12월19일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이듬해 7월 고속도로순찰대(이하 고순대) 제3지구대가 발족했다.

고순대는 경부고속도로는 물론 1977년 개통된 구마고속도로(서대구∼경남도계)와 2001년 개통된 중부내륙고속도로 일부 개통구간(김천∼상주)과 중앙고속도로(서대구∼춘천)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3지구대는 양승규 대장(경감)을 비롯한 64명의 대원들이 34대의 순찰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관할구역은 경부선 155.4km(경주∼추풍령), 구마선 30.02km(현풍∼금호JC), 중앙선 131.5km(금호JC∼풍기), 중부내륙선 49.55km(김천JC∼북상주 44.7km, 경남도계∼현풍 4.85km)다.

모든 순찰대원들의 차량은 지령실에서 무전으로 통제한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고속도로상의 모든 문제점들은 3지구대 지령실(054-972-5274~5번)로 접수돼 3지구대를 움직이는 두뇌역할을 하고 있다.

종전엔 2인1조로 근무했으나 3교대 근무가 정착되면서 요즘은 권오철 경사, 이승호 경장, 최일용 경장 등 3명이 12시간씩 번갈아 근무한다.

지령실로 통하는 전화는 경비전화 4대, 일반전화 3대, 도로공사직통 3대, 112전용 1대 등 모두 11대다.

오늘 근무자인 이승호 경장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지령실 전화는 불이 난다"고 설명한다.

지령실은 언론사등의 사고문의, 일반 운전자들의 교통상황 문의와 공사구간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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