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의 인상적인 목소리, 연극에 대한 '초인간적' 열정, 완벽주의, 여기에 세월의 옷을 자연스레 걸쳐 입으며 간직해온 여성성까지…. 연극배우 장효진(38·사진)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전형이다.
"무대 밖에서는 그렇게 유머스럽고 자상하던 사람이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호랑이처럼 무섭게 돌변하지요." 후배 연극인들은 그녀를 하나같이 이렇게 표현한다.
실제로 연습장 분위기는 활달한 그녀가 있고 없음에 따라 웃음의 강도가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일단 무대에 조명이 켜지면 무서운 진지함만이 있을 뿐이다.
"연기자는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공짜 연극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시간, 돈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시시한 것을 보여주려거든 배우 그만둬야죠."
연극이 좋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지역 극단 '원각사'에 뛰어든 지 벌써 19년이 된 중견 배우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신인이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새로운 기분입니다.
이런 신선함이 매번 무대에 오르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장효진의 무대는 일단 재미있다.
대부분의 희곡이 여배우를 다소 홀대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녀가 꾸준히 연극팬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이다.
그리고 열정이 넘치는 배우다.
임신 9개월의 만삭의 몸을 하고도 그녀는 병원 대신 무대에 섰을 정도니.
불혹을 앞둔 그녀에게 한해 한해 시간이 갈수록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연극의 좋은 점은 정년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요. 내 눈이 대본을 볼 수 있고, 입이 대사를 말할 수 있으며, 머리와 가슴이 그 캐릭터를 안을 수 있을 때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 그보다 연기폭을 넓히는 것이 부담이라고 했다.
"이제는 힘을 뺀 연기를 하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인생의 무게에서 나오는 그런 연기 말이에요."
라이브로 펼쳐지는 현장성 때문에 공연 중 실수나 해프닝은 있기 마련. 완벽주의자인 장씨도 예외는 아니다.
"야맹증 때문에 막간(幕間)에 암전이 되면 무대에서 꼼짝도 못하죠. 다른 배우들이 짐짝처럼 옮겨다 줘야할 정도로 심해요. 5년 전에는 무대에서 객석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지요."
꿈을 이루어낸 사람만큼 더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그녀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사랑하는 딸과 남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연극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제 소원은 연극인으로 남는 것 입니다.
" '재미'와 '열정'이라는 네 글자로 통하는 이 여배우의 다음 목표가 궁금했다.
"죽기 전에 재미있는 희곡 한편 쓰고 싶어요."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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