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구, 해외 진출 1호 선수 탄생

"수구의 박찬호가 돼 한국수구의 위상을 떨치고 후배들의 해외 진출의 초석이 되겠습니다"

저변이 넓지 않은 국내 수구 사상 첫 해외진출 선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국가대표 1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백원기(29.경북도청)로 최근 호주의 수구 클럽 '프리멘틀 마리너스(Frementle Mariners)'에 입단 허가를 받았다.

'프리멘틀 마리너스'는 호주 서부의 중심도시 퍼스에 기반을 둔 세계 6강 내에 드는 명문 클럽으로 백원기는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용병 상한선인 3명 중에 포함돼 내년 1월 개막하는 호주 내셔널리그에서 물살을 가를 계획이다.

백원기가 체력 소모가 유달리 많은 수구에서는 환갑에 해당하는 서른을 눈앞에 두고 낯선 해외리그에 도전장을 낸 까닭은 고등학교 때부터 품어왔던 해외 진출의 꿈을 꼭 이루고 싶었기 때문.

백원기는 어릴 때 TV에서 올림픽 수구시합을 처음 접한 후 역시 수구 국가대표출신의 친형(백덕기)과 더불어 인근 바다에서 시연하며 수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고, 포항수산고(현 포항해양과학고) 입학과 함께 본격으로 수구에 입문했다.

한체대와 상무를 거치며 국가대표 부동의 가드로 활약했으나 변변한 실업팀이 없는 국내 수구의 실정상 3년 전 결혼 후에는 문화센터 수영장에 수영강사로 취업, 수구와 멀어진 채 1년에 단 한 번 전국체전에서만 몸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한시도 수구를 잊지 못하던 그는 대학 시절 전지훈련 장소였던 호주 퍼스에 가있던 후배를 통해 클럽 문을 두드린 끝에 마침내 올 7월 입단 허락을 받았다.

백원기는 오는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는 제7회 아시아수영선수권 대회를 마친 후 곧바로 호주에 건너가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하지만 호주 수구리그는 순수 생활체육리그로 경기와 관련해 들어가는 돈만을 지원할 뿐 선수들에 대한 월급은 없기 때문에 생활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때문에 백원기는 요즘 문화센터도 그만둔 채 하루에 4∼5시간씩 훈련에 매진하는 틈틈이 시즌이 끝나는 5월 이후엔 현지에서 취업해 체류비를 번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영어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속팀인 경북도청과 수구 관계자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준 것이 든든히 기댈 언덕이 되고 있다.

백원기는 "고생은 되겠지만 수구 선진국에서 일류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것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면서 "한국 수구의 대표로 호주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로 인해 후배들의 해외 진출이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백원기는 또 "내친 김에 유럽에도 진출해보고 싶다"면서 "5년 가량 해외에서 뛴 후 지도자가 돼 낙후된 한국 수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야무진 소망을 밝혔다.

국가대표 수구팀 감독을 역임한 이택원 현 강원도청 수영팀 감독은 "백원기는 성실한데다 수구에 필요한 파워를 갖추는 등 신체적 조건이 좋은 선수"라면서 "우리나라 실정상 게임 경험이 많지 않아 시야가 좁은 것만 보완한다면 호주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뉴스)

사진설명 : 수구 국가대표 10년 경력의 백원기(29.경북도청)가 국내 선수 최초로 수구 선진국 호주 리그에 진출한다. 백원기는 호주 서부 중심지 퍼스의 명문 클럽인 '프리멘틀 마리너스'에 소속돼 내년 1월부터 물살을 가른다.(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