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로상으로 변질한'이인성 미술상' 이대로 좋은가?

계명대 미대 이중희교수 대구시 문화행정 쓴소리

대구시 문화행정을 대외적으로 자랑할 것이 한가지 있다.

다름 아니라 일년에 한번씩 전국미술인을 상대로 작품이 탁월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전국규모의 미술상인 이른바 '이인성미술상'이다.

이 미술상을 제정할 당시인 1999년 무렵에는 우리 미술인에게는 대구시 문화행정에 대해서 타지에 비해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오늘날 이 미술상에서 선정된 수상자들은 '왕성한 창작활동가'라고 하기에는 연령적으로 그야말로 원로 미술인들이 대부분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인성미술상'은 미술인의 공로상 성격으로 변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포상제도는 각 시도별 문화상이 있고, 그 외에 전국규모로서는 광주의 오지호미술상, 허백련미술상 등도 있다.

이런 미술상에 젊은 작가들은 거의 무심한 상태이고, 솔직히 일반 미술인들에게도 거의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만 것이다.

대구시 미술인들의 자랑인 '이인성미술상'이 이와 같은 성격의 미술상이 되어야 하겠는가?

이인성 미술상을 제정할 당시, 이 상은 창작활동에 혈기왕성한 젊은 작가에게 등불을 주자는 취지로 출발하였다.

그러한 취지로 일단 방향을 정해두고 난 뒤, 이 상의 명칭을 '이인성미술상'이라고 정한 것은 대구가 낳은 천재 서양화가로 일제시기에 맹활약한 이인성의 업적을 기리자는 의미를 담기로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은 굳이 이인성과 같은 고전적 화풍이거나 또한 서양화가가 아니라도 상관없는 것이며 오히려 젊고 참신한 신진작가발굴에 의의를 두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기존 미술상의 제도권에서 밀려나거나 그늘에 묻혀서 창작활동에 혼신을 바치는 미래를 향한 그 '가능성의 작가'에게 자그마한 빛으로 작용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이런 취지는 어느 사이에 퇴색되고 만 것이다.

그것은 이 제도 운영이, 미술상 운영의 모체격인 운영위원회, 작가를 발굴 추천하는 작가선정위원회, 작품을 심사하는 심사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가 분할 체제로 운영되어 수상자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오는 단절성에 원인이 있기도 하다.

또한 운영위원회가 2년 임기 후 다음에 선정되는 운영위원이 전원 교체되어 결국 그 본래의 취지가 자동연결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수상대상이 될 수 있는 작가들이 위원회에 다수가 참가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인성미술상이 제대로 운영돼 대구시의 자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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