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구벌 일화-(8) 도심학교 이전 명암(하)

대구도심의 학교들이 잇따라 외곽지로 옮기면서 회색 콘크리트 아파트 숲(12일자 27면 보도)이 빼곡히 들어섰지만 유일하게 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이 옛 중앙초교 자리다.

지금은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으나 공원이 들어서기까지 수많은 곡절을 겪었고 오늘의 공원이 있기까지 적지않은 이들의 엄청난 땀방울이 있었다.

1905년에 설립된 중앙초교는 중구 지역의 인구감소로 지난 1995년 3월 폐교된 뒤 다시 2003년 3월 수성구 만촌동 효목도서관 옆에 문을 열기까지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1994년 7월 폐교방침을 결정한 후 중앙초교는 학교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10년에 걸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당초 교육청의 학교터 활용방안은 상업부지로 매각해 교육재정 700억~8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교동창회,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중앙초교 문화공간화 및 공유지 녹색공간화 범시민협의회(공녹협)'을 주축으로 한 매각반대 참여자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교육청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여론을 의식한 대구시가 99년 4월 학교터를 근린공원으로 지정하면서 활용방안은 급류를 탔다.

그러나 공원지정에는 성공했으나 이번에는 '공원 명칭'이라는 또다른 난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해 6월 (사)2·28대구민주운동기념사업회 측에서 옛 중앙초교 자리를 '2·28기념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 사업회 측은 1960년 2월28일 학생들이 시내 도심을 행진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던 '2·28학생의거'를 기념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도 공원조성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2·28기념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비를 따낸 탓에 '2.28'이란 이름을 끼워 넣기를 내심 원하고 있었다.

2·28기념회 측의 제안 이후 이를 반대하는 공녹협 측 간에 첨예한 대립이 계속됐다.

그러나 공녹협 등은 '중앙청소년공원'으로 해 줄 것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공녹협 측은 근린공원을 지정한 대구시의 취지를 살리고 지리적 특성 및 근대 공교육의 발상지로서의 역사성 등을 근거로 이를 주장했다.

그후 2·28청소년공원으로 불리다가 2004년 3월 중앙청소년공원으로 결정됐다가 그 다음달 대구시의 공공용물명칭 제·개정 심의위원회에서 양측의 취지를 모두 살리는 선에서 절충, '2·28기념 중앙공원'으로 확정됐다.

명칭결정 과정을 지켜 본 대구시 권오곤 자치행정과장은 "2·28기념 중앙공원은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곳인 만큼, 시민들이 더욱 아끼고 사랑해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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