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이유경 '낙엽에게'

그들 떠나고 있네 이승의 마지막 잔치 끝내고

우수수 찬비 휘날리는 하늘 가로질러

하나의 풍경에서 다른 풍경에로

어깨 부딪치며

자욱하게 떠나고 있네

꿈인지 생신지 어둑한 저녁 뜰이나

신 새벽 된서리 내리는

겨울 초입에 가서

다른 그들과 겹쳐 떨기 위해 그들

약속이라도 한 듯 떠나고 있네

이유경 '낙엽에게'

'그들'은 낙엽의 비유이고, 다시 낙엽은 인간의 실존, 혹은 외로운 영혼의 비유이다. 잔치의 날들은 아름다웠다. 연두 빛 봄날 향기로웠고 초록의 기상 흰 구름을 찔렀다. 애석하게도 잔치 마당에서 겨울 초입까지는 그러나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 언젠가 하늘 가로질러 떠나가야 하나니 외로운 영혼이여, 그대 지금 이승의 끝 날을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혼신의 힘으로 온몸을 불태우리라. 지금 한창인 팔공산 단풍, 마지막 잔치가 그와 같다. 부조 돈 걱정 말고 그들 떠나기 전에 찾아가 보시라.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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