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우리 마음을 너무 몰라 주세요." "우리도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요즘 애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지금도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크고 작은 일들로 승강이가 계속되고 있다.
부모나 아이 모두 스트레스 받는 '공부' 말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을까. 부모들이 변해가는 자녀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크고 작은 문제들을 전문가의 글과 함께 짚어보는 코너를 격주로 마련한다.
◇ 아이는...
"애 취급해서 싫어요."
"세대차가 나서 거부감이 들어요. 놀이동산에 가도 부모님은 안전한 놀이기구를 타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과격한 놀이기구가 더 재미있으니 공감대가 없어 함께 나가도 불편해요."
"엄마랑 갈 때마다 종종 싸워서 스트레스 받아요. 엄마랑은 공부 얘기밖에 안 하지만, 친구랑은 자유롭게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해 자유롭고 좋아요."
지난 15일 점심시간에 정화중 2학년 학생들을 만나 부모와 함께 외출하기 싫은 이유를 들어 보았다
학생들은 이른 경우 여덟살부터, 초등 4~6학년때부터 부모와 함께 나가기 싫어졌다고 했다.
부모와 아이의 외출문제로 가정마다 거의 전쟁을 치르다시피하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가족이 함께 모이기 힘드니 무조건 가야 된다고 강요하지만 저도 평소에는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으니 주말에는 친구와 놀고 싶다며 끝까지 버티니 화내고 고함지르고 울고 그러죠."
한 학생은 끝까지 부모와 함께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피곤하다", "일요일이니 쉬어야 한다", "친구와 약속이 잡혀 있다"는 이유를 대며 혼자 집에 남는다고.
학생들은 부모님과 놀러 가는 장소도 뻔하다고 했다.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바다, 섬 같은 데 가잖아요. 제가 가줬으면 하는 데는 가지 않아요."
한 학생은 부모와 계속 부딪치다가 이제는 가족 나들이를 갈 때 2주 전에 부모님이 말씀해 주신다고 했다.
다른 학생들도 "가족끼리 갈 때는 미리 말해줘야지, 안 그러면 친구와 약속이 있어 부모님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족 외출에 대한 학생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부모님은 놀러가는 대신 이번에는 시험 잘 치라는 압박감을 항상 주시거든요. 놀러갈 때만이라도 공부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늘상 가던 데 말고 어디가 색다른지 알아보고 음식도 맛있는 데로 사전 조사를 해보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요." ◇ 엄마는...며칠 전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현장학습을 가는데 친구들과 모 유명메이커 청바지를 입고 가기로 했다며 미리 용돈을 달라고 했다.
"옷장에 수두룩한 옷 중 하나 입지."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꾹 누른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떤 옷인지 엄마랑 보러 가자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잔뜩 볼멘소리로 이미 친구랑 옷 사러 가려고 약속했다며 엄마가 골라주는 옷 입으면 친구들이 어린애라고 놀린다고 화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친구와 외출을 했던 아이는 청바지가 예상외로 비싸 용돈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더라며 엄마가 같이 가잔다.
아이를 따라가 청바지 값을 내주면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느끼는 부모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보게 되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면서 지난여름 가족여행 때문에 큰 아이와 말다툼했던 것이 생각났다.
모처럼 남편의 휴가날짜를 맞추어서 동해안 일주를 하기로 하고 아이들과 계획을 세우는데 불쑥 여행가지 않으면 안 되냐고, 친구들과 주말에 만나서 놀기로 약속했다고 재미있게 여행하고 오시라는 것이었다.
자기는 친구랑 영화 보고 시내 구경도 하고 노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면서. 그리고 부모님이랑 너무 가깝게 지내면 친구들이 모여서 놀 때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 싫다고 하면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 통에 말문이 막혔다.
이제는 큰 아이에게 가족모임에 대한 일정을 일주일 전 미리 알려주고 있다.
그래도 또래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대부분 우리의 계획은 취소되거나 큰 아이 없이 치러진다.
함께 가더라도 아이는 우리와 있는 것이 아니라 쉴 새 없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친구와 함께 있다.
못내 아쉽고 섭섭한 일이지만 사춘기라는 열병을 겪는 큰 아이의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또한 무시할 수 없기에 현실을 인정하려고 마음 먹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선뜻 따라나설 수 있는 나들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게 답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오늘도 아이는 휴대전화와 컴퓨터 속에서 친구들이랑 집에 있다.
김지이(주부)김영수기자사진: 정화중 재학생들. 송태훈, 여경민, 박소현, 박준희.(왼쪽부터)■자녀에 대해 궁금하거나 글 주제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을 이메일 stell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제작에 반영하겠습니다.
부모님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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