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학없는 고3교실 파행 '심각'

대구 수험생의 24% 수학 선택않아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리영역(수학)을 치르지 않는 대구의 수험생이 전국 평균의 2배인 무려 24%에 이르면서 고3 교실이 심각한 수업파행을 빚고 있다.

특히 일부 고교는 전체 인문계열의 수학 응시생이 30~40명에 불과해 이들만 별도의 반을 편성하고 나머지는 수학 수업을 아예 하지 않으면서, 중간·기말시험 때는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 문제를 사전에 찍어주는 등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북대 등 지역 대부분 대학이 신입생 선발 때 수학이나 언어 영역을 반영하지 않는 '2+1' 체제를 채택한 데 따른 것이어서 지역대가 고교 수업파행을 부채질했다는 교사들의 비판이 거세다.

수능시험을 꼭 한 달 앞둔 지난 18일 대구의 한 고3 교실. 수학 수업이 한창이었지만 앞에 앉은 5,6 명만 수업을 듣고 있을 뿐 나머지 학생들은 다른 과목 공부를 하거나 엎드려 자고 있었다.

담당 교사는 "인문계열의 경우 수학을 선택한 학생이 학급당 10명도 안 돼 앞쪽으로 모아 수업을 하고 있다"며 "나머지는 자습을 하지만 모두 다 공부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한 여자 고교 교실에서는 40여 명의 학생이 수학 수업을 듣고 있었지만 담당 교사는 "8개 학급 가운데 수학을 선택한 학생만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표에는 1주일에 수학이 3시간이지만 실제로는 대다수 학생이 1년 내내 수학 수업을 거의 안 듣는다"며 "경북대와 영남대 등 몇몇 대학만 수학을 반영했어도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학과 교사들은 내신성적 때문에 치르는 중간·기말시험의 파행은 더 심하다고 털어놨다.

시험 범위를 공부가 쉬운 부분으로 좁히고 교과서에 나오는 예시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거나 문제의 절반 이상을 찍어준다는 것. 한 교사는 "이달 초 치른 기말시험 때는 20문제 가운데 15문제의 유형을 사전에 귀띔해 줬다"며 "교육과정과 대입 제도가 상치돼 생기는 일이라 어쩔 수 없지만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교육청이 수능시험 선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구 인문계열 수험생의 40% 이상이 수학을 선택하지 않았으며 54개 일반계 고교 가운데 34개교에서는 수학을 선택하지 않는 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병조 대입 담당 장학사는 "집에서 가까운 시험장을 배정받기 위해 수학을 선택한 허수 수험생이 상당수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학 응시자는 더 적을 것"이라며 "지역 주요 대학들이 내년부터 수학을 반영하는 방법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는 2006학년도 입시부터 수리와 언어영역을 모두 반영하는 '3+1체제'로 전환하기로 확정했으며, 영남대와 계명대도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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